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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6년간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한 영국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4일(현지 시간) 영국 더선 등에 따르면 안나 그레이(27)는 2018년 11월 며칠간 소변을 보지 못했다. 이후 며칠 동안 여전히 소변이 나오지 않자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은 신장 감염이 원인이라며 그레이의 몸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방광의 소변을 빼냈다.
몇 주 지난 후에도 같은 증상을 겪었다는 그레이는 방광에서 소변 2ℓ를 빼낸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엔 아침에 소변이 나오지 않길래 그냥 소변을 볼 필요가 없는 건가 보다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주치의는 소변을 보기 위해 ‘계속 노력해보라’고만 했다. 이후 통증이 너무 심했고 의사가 처방한 설사약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이후 두 달 동안 그레이는 병원을 여러 번 찾아가며 관을 삽입해 소변을 봐야 했다. 그러다 첫 증상이 나타난 지 10개월 만에 그레이는 '파울러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파울러 증후군은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는 희소 질환으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출산이나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요도 괄약근이 이완되지 않아 소변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레이는 의료진으로부터 방광이 다시는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며 평생 관을 이용해 소변을 배출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레이는 하루에 다섯 번 관을 삽입해 수동으로 방광을 비우는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감염이 생겨 2020년에는 복부를 절개해 방광에 직접 도뇨관을 설치해 요도로 소변을 내보내지 않도록 하는 시술을 받았다. 요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다른 경로를 통해 소변이 빠져나가도록 한 것이다.
그레이는 이 질환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정신 건강 문제도 겪었다. 그는 “평생 지속되는 병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며 “작년에는 정신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파울러 증후군이 얼마나 심각한 질환인지 많이 알려져서 더 많은 치료법이 개발되면 좋겠다”고 했다.
파울러 증후군은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카테터라는 얇은 의료용 관을 이용해 방광에 소변이 계속 차 있는 것을 막는다. 소변을 아예 보지 못하는 환자는 허리에 전기 자극을 주는 장치를 이식해 신경을 자극해 배뇨를 회복시키는 천골신경 자극술을 진행한다. 이 시술이 효과가 없으면 체내에 카테터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을 수도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소변이 요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요로전환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파울러 증후군 환자들은 방광이 제대로 비워지지 않아 요로감염에 걸리기 쉽다. 감염으로 인해 패혈증(세균이나 세균의 독소가 혈중에 있으면서 나타나는 전신적인 염증반응)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 환자들은 추적 관찰을 통해 추가 감염이나 증상 등을 확인해야 한다. 파울러 증후군은 만성 질환이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