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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넥스트 AI’글로벌 양자 패권전쟁 경제+ 뛰는 인공지능(AI) 위에 나는 양자가 있다. 연초에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20년은 더 걸릴거라”했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조차 태도를 확 바꿨다. 지난달 ‘퀀텀(quantum·양자) 데이’를 열어 양자 생태계 플레이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더니 “양자컴퓨팅은 멋진 기술”이라며 사과했다. 미국 보스턴에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설립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 엔비디아만 반응하나.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암호…양자라는 단어가 붙기만 해도 주가는 로켓을 탄다. 그중에서도 단연 양자의 꽃은 양자컴퓨터(양자컴)다. QPU(양자처리장치)가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자리를 넘보고 있고, 클라우드 빅테크들은 ‘양자 클라우드’까지 내놨다. 도대체 양자의 미래가 어떻길래. 양자 전쟁의 모든 것을 담았다.
그래픽=주이안
◆절대 강자 없는 양자 기술=양자컴이란 양자역학을 활용해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신개념 컴퓨터다. 양자역학 원리에 기반한 양자컴의 계산 실력은 기존 고전컴퓨터와 차원이 다르다. 고전컴퓨터가 문제를 하나씩 빠르게 푼다면, 양자컴은 문제를 두 개, 세 개, 수백 개(병렬)씩 순식간에 풀어낸다. 그렇다면 양자컴이 무조건 우세할 거 같지만, 아직은 아니다. 양자컴은 숱한 오류로 일상적 문제 풀이에선 종종 틀린다. 하지만 특정 문제에선 고전컴보다 나은 기량을 보인다. 딥테크 분석 전문가인 김태영 맥킨지앤컴퍼니 부파트너는 “현재로선 특정 방식이 우위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아직은 기술 간 경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 양자컴 구현 방식 중 확고한 우위를 점한 표준 기술은 아직 없다. 기업들은 초전도, 이온 트랩, 중성원자 방식 등을 활용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초전도 방식은 전자회로를 극저온으로 냉각해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도록 하고, 이 회로에 양자 상태를 저장한다. 연산 속도가 빠르고 기존 반도체 공정과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어가 까다롭다. 이온트랩 방식은 전기를 띠는 이온을 공중에 띄우고, 레이저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이다.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연산 속도는 느린 편이다. 중성원자 방식은 전기를 띠지 않는 원자를 레이저로 배열해 큐비트(양자컴의 기본 연산 단위)로 활용한다. 높은 확장성이 강점이지만, 아직 정밀 제어 기술이 부족하다.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 모두 가세=1970년대부터 양자 연구를 시작한 IBM은 ‘양자 기술 이정표’를 앞장서 세워왔다. 큐비트 수가 늘수록 양자컴 성능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IBM은 2021년 ‘이글’(127큐비트)부터 시작해 2022년 ‘오스프리’(433큐비트), 2023년 ‘콘도르’(1121큐비트)까지 양자칩 성능을 개선해 왔다. 올해는 4000큐비트 이상 양자칩 제작이 목표다. 하드웨어뿐만이 아니다. 양자 소프트웨어 OS(운영체제), 시뮬레이터 등을 만들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양자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김경진 기자
다른 빅테크들도 QPU로 경쟁중이다. 2019년 ‘시커모어’ 칩으로 양자 경쟁에 합류한 구글은 지난해 12월 ‘윌로우’ 칩을 발표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올 2월 자체 개발한 양자칩 ‘오셀롯’을 공개했고 같은 달, MS도 ‘마요라나1’을 선보였다. 이렇게 차세대 양자칩에 집중하는 이유는 엔비디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지금 AI 데이터 처리는 대부분 엔비디아가 생산한 GPU로 하고 있다. 만약 고성능 연산이 가능한 QPU, 양자칩이 개발된다면 GPU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

미국 증시에서 주목받는 양자 기업들은 빅테크들을 따라잡으려는 기업들이다.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기반 양자컴을 만들고 있다. 이온트랩은 다른 방식보다 오류율이 비교적 낮다. 아이온큐는 큐비트 수(성능)보다 계산할 때 오류 없이 정확한 결과를 내는 ‘신뢰도’ 우선 전략을 취하고 있다. 초전도 큐비트 기반 양자컴을 만드는 리게티컴퓨팅은 ‘양자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 물류, 신약 등 특정 산업 분야 문제 해결을 위해 양자 원리를 적용한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유해 파트너들이 쉽게 접근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한다. 캐나다의 디웨이브는 세계 최초 상용 양자컴을 만든 회사답게, 상용화 기술 제공을 목표로 한다. 경로 최적화 등 고전컴퓨터가 해결 못 하는 문제에 특화한 ‘양자 어닐링(중첩을 이용해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해 최적의 답을 찾는 방식)’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국내 처음으로 QPU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스타트업 OQT(오큐티)다. 이 회사 김동규 대표는 “기존 기술로는 양자컴의 근본적인 혁신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창업했다”고 밝혔다.

대당 수천만 달러(수백억원)가 넘는 양자컴퓨터. ‘퀀텀 시대’ 대비를 위해 쓸 만한 가치는 충분한데, 가격은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양자 클라우드다. 양자컴 회사는 자사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접속을 제공한다. IBM은 2016년 세계 최초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개했다. IBM 측은 “현재 65만 명 이상 사용자와 275곳이 넘는 네트워크 회원사에 양자컴퓨팅(소프트웨어·알고리즘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기존 클라우드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AWS는 초전도, 이온트랩, 중성원자 등 다양한 방식 양자컴 라인업을 갖췄다. MS도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에 양자를 더한 ‘애저 퀀텀’을 만들었다. MS는 아이온큐·퀀티넘·아톰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을 가진 회사들과 협력해 ‘양자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김경진 기자
◆양자도 ‘소부장’ 중요=국내는 ‘제조업’에서 양자 산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초저온 상태 유지 등 계산하는 ‘큐비트’의 안정성을 돕는 하드웨어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필수라서다. 국내 기업 SDT는 양자컴 냉각기 및 초정밀 전자 장비를 개발하고 생산한다. SDT는 초전도 양자컴의 제조·조립·설치 과정을 맡는다. 윤지원 SDT 대표는 “전자 및 광학 부품, 전자제품 생산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탄탄한 제조 인프라와 숙련된 인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양자컴 밸류체인의 ‘수퍼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딥러닝 알고리즘 없이 작동할 수 없듯이, 양자컴도 양자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양자우주연구센터 석좌교수는 “우리나라엔 아직 양자컴 하드웨어 개발 기업이 뚜렷이 보이지 않지만, 양자 알고리즘 개발에선 여러 스타트업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교통난 해결 등 활용 분야 많아=‘꿈의 컴퓨터’ 양자컴이 현실이 되면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명절에 고속도로 내 교통체증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2017년 폭스바겐이 캐나다 회사 디웨이브와 협력해 중국 베이징시의 택시 1만 대의 교통 경로 최적화 실험을 진행했다. 차량의 GPS 위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차량에 ‘양자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폭스바겐은 정확히 얼마만큼의 시간을 줄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양자컴퓨팅을 통해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물류 기업 DHL도 수십 개 도시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배송 루트 결정 문제, 수시로 바뀌는 배송 수요에 실시간 대응하는 ‘적응형 물류망’ 설계에 양자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생로병사’의 비밀도 풀 수 있다. 질병을 유발하는 신체 내 분자는 ‘양자역학적(복잡하게)’으로 움직여 고전컴퓨터로는 계산이 어려웠다. 하지만 양자컴으로는 이론적으로 계산이 가능하다. 첫 타깃은 알츠하이머다. 알츠하이머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Aβ) 등 단백질에 생긴 문제 때문이다. 양자컴 기업 ‘케임브리지 퀀텀 컴퓨팅(CQC)’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함께 문제의 모든 경우를 한 번에 고려할 수 있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혁신의 최전선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봅니다. 첨단 산업의 '미래검증 보고서' 더중플에서 더 빨리 확인하세요. 젠슨황, 두 달만에 무릎 꿇렸다…“치매도 고친다” 양자컴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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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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