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김 선거비 5천 선관위 미신고” 위법 소지
검찰, 진술 확보하고도 공소장에 혐의 누락
“김 선거비 5천 선관위 미신고” 위법 소지
검찰, 진술 확보하고도 공소장에 혐의 누락
왼쪽부터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명태균씨, 김영선 전 의원. 한겨레 자료 사진
‘윤석열 부부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명태균씨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최측근인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에게 받아온 5천만원을 선거 비용으로 썼다는 진술이 나왔다.
박 전 사장은 앞서 홍 전 시장이 2020년 4월 총선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을 때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5600여만원을 대납한 사실이 한겨레21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명씨가 2020년 총선에서 홍 전 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주고, 이를 빌미 삼아 홍 전 시장 쪽으로부터 계속 돈을 빌려 김 전 의원의 선거 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사무실서 쇼핑백에 5천만원 넣어…”
15일 한겨레21이 입수한 통화 녹취 등을 종합하면, 명씨는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전 사장에게 5천만원씩 모두 1억원을 받았다. 첫 번째 5천만원은 명씨가 2021년 말~2022년 초께 박 전 사장에게 직접 현금을 받아서 미래한국연구소 회계책임자였던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에게 줬고, 두 번째 5천만원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이 명씨의 부탁을 받고 2022년 4월4일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에 찾아가 박 전 사장에게 직접 받았다.
김 전 소장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첫 번째 5천만원은) 명씨가 박 전 사장에게 돈을 빌려왔다면서 현금 다발을 쇼핑백에 넣어서 가져왔고, (두 번째 5천만원은) 명씨가 박 전 사장에게 돈을 부탁해놨다고 빨리 가서 받아오라고 했다. 5천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소장은 이어 “명씨가 ‘박 전 사장이 차용증을 써달라고 하면 써주라’는 취지로 말해서 내가 차용증 1억원 어치를 써줬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받아온 1억원 가운데 5천만원은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 전 의원의 예비후보 시절 선거 자금으로 쓰였다. 앞서 이 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에 윤석열 부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윤석열의 육성 녹음파일과 함께 제기된 바 있다. 강혜경씨는 “명씨가 (박 전 사장의 돈을) 쓰라고 지시했고, 이로 인해 박 전 사장의 돈이 김 전 의원 선거 운동 초기 비용으로 들어갔다”며 “김 전 의원 쪽이 선거 비용으로 쓴 5천만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크다. 정치자금법은 법에 정해진 방법이 아닌 자금은 선거 과정에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어기면 기부한 사람이나 기부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김 전 의원이 이 자금을 예비후보 시절 썼다고 하더라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
장윤미 변호사는 “선거가 워낙 혼탁해지기 쉬우니 법으로 정치 자금을 엄밀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자금이 선거에 쓰였다면 그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돈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후원금이라도 해도, 국회의원에게 연간 후원할 수 있는 후원금 한도는 500만원이다.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명태균, 홍 측근에 “○○ 닥치고”
하지만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강씨와 김 전 소장이 이 내용을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기소된 혐의에 이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관계자는 한겨레21에 “구체적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홍 전 시장 쪽은 “취재에 응할 답변이 없다. 당사자(박 전 사장)에게 확인하라”고 답했다. 명씨는 “박 전 사장한테 현금을 주거나 받은 적 없다. 수표를 어디에 썼는지도 모른다”고 부인했고, 김 전 의원 역시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나는 정말 고지식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만원짜리 한 장도 빠짐 없이 법대로 썼다”며 “그 돈이 나한테 들어와서 내 선거에 썼다는 흔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사장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앞서 한겨레21은 6·3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홍 전 시장이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출마했던 2020년 4월 총선 직전, 홍 전 시장의 최측근인 박 전 사장이 최소 7건의 공표·미공표 여론조사를 미래한국연구소에 의뢰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5600여만원을 지불한 내역이 담긴 문건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1억원 돈 거래를 보면, 명씨가 2020년 총선 때 홍 전 시장에게 유리한 결과를 담은 여론조사를 해주고 이를 빌미로 이후에도 계속 홍 전 시장 쪽으로부터 돈을 빌렸고, 이 돈으로 김 전 의원의 국회 재입성을 도우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명씨는 실제로 박 전 사장의 돈을 제대로 갚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화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박 전 사장이 강씨에게 전화해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고, 강씨가 명씨에게 전화해 이를 전하자 명씨는 “박 전 사장 ○○ 닥치고 좀 내년 3~4월까지 있으라고 해”라며 “(계속 독촉하면) 선거법 위반으로 (홍 전 시장을) 고발한다고 하라”라고 말하는 음성이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