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Made by people everywhere.”
(디자인은 캘리포니아의 애플에서, 생산은 전 세계 사람들의 손으로)
애플이 내세우고 있는 생산 기조이다. 하지만 ‘전 세계’라는 표현과 달리,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 생산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중 관세 정책으로 애플 공급망 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2017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의존 배경을 설명한 인터뷰 영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2017년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부터 중국은 이미 저임금 국가가 아니다”라며 중국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비용 절감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팀 쿡은 대신 고급 기술력과 방대한 기술 인력 풀을 꼽았다. 그는“애플 제품에는 고급 툴링(tooling·정밀 가공 기술)이 필요하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이 분야에서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제품별로 정밀한 가공 조건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이 필요한데, 중국은 툴링에 능통해 중국을 제조 거점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팀 쿡은 이어 “중국에서 툴링 엔지니어 회의를 열면 축구장 여러 개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회의장을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높은 중국 의존은 2012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NYT는 당시 ▲수천 명의 노동자를 단기간에 투입할 수 있는 유연성, ▲고도로 숙련된 기술 인력의 대규모 풀, ▲부품 조달과 조립이 모두 가능한 밀집된 공급망을 중국의 강점으로 분석했다. NYT는 이 보도로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실제로 애플은 2013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맥 프로(Mac Pro)’ 생산을 시작하며 미국 내 제조를 선언한 바 있다. 애플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제품이라는 상징성도 컸지만, 초기 생산 단계에서 몇 달간의 지연을 겪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는 소형 나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부족했고, 애플은 중국에서 나사를 수입하느라 생산 일정을 미뤄야 했다. NYT는 이 일을 두고 "작은 나사가 미국 내 아이폰 생산이 불가능한 이유를 보여준다(A Tiny Screw Shows Why iPhones Won’t Be ‘Assembled in U.S.A’)”라고 평했다.
이에 인도와 브라질 등의 국가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이 아닌 인도로 생산기지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애플은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인도에서 약 22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아이폰을 조립했으며,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만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공급망 전체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중국 의존도가 80%를 육박하는 만큼, 공급망의 단 10%를 미국으로 옮기려 해도 약 300억 달러(42조원)와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2년 보도에서 “팀 쿡은 50개국에 걸친 글로벌 공급망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모든 조립과 출하는 중국을 거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와 베트남은 유력한 대안처럼 보이지만, 핵심 부품은 여전히 중국에서 출발한다”며, 단순한 조립지 변경만으로는 중국 중심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