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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트럼프 2기 상대할 재계 카운터파트. 그래픽=송영 기자


미국발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한국산 제품에 부과된 25%의 관세에 대응할 시간은 일단 벌었다.

여러 국가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는 가운데 한국도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에 돌입했다. 미국의 보호관세로 인해 한국의 연간 대미 수출이 7.5%, 510억 달러(약 75조원) 이상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IBK경제연구소는 25% 관세 부과 시 대미 수출이 12.8%, 전체 수출이 4.6%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대미 수출이 13% 이상 감소하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10조6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수출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및 생산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대미 반도체 투자 물거품 될라…삼성, 트럼프 실세들과 밀착


북미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접점을 강화하고 통상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최근 대미 라인을 재정비하고 있다. 트럼프 및 공화당 관련 인사들을 북미 대관 담당으로 영입하고 통상관료 출신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대미 대관 담당으로 영입한 마크 리퍼트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부사장)을 최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대외협력팀장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및 공화당과 밀접한 인사 영입을 타진하고 있다. 리퍼트 부사장은 버락 오마바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 비서실장과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반도체 보조금 폐지와 관세 등 대외 변수가 커지는 상황에서 친트럼프 인사로 조직 정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만 TSMC를 겨냥해 “TSMC가 미국에 생산설비를 건설하지 않으면 최대 100%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사진=AFP·연합뉴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 대가로 미 상무부로부터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8000억원)를 받기로 돼 있지만 아직 지급받지 못했다. 인디애나주에 제조시설을 짓는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 달러(약 6700억원)의 보조금을 약속받았지만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현재 워싱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제 중량감 있는 과거 정부 인사를 영입해 그의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는 현지 로펌, 로비스트업체, 싱크탱크 등과 협업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법인을 통해 최근 ‘트럼프 행정부 실세’로 통하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딸인 케이티 와일스가 소속된 로비스트 업체 ‘콘티넨털 스트래티지’와 계약했다. 다만 케이티 와일스는 삼성전자의 로비스트로 등록되지는 않았다.

미국 텍사스주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사진=AFP·연합뉴스


콘티넨털 스트래티지는 트럼프 1기에서 미주기구(OAS) 대사를 지내고 2024년 대선 캠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대리인이자 수석 메신저 역할을 맡았던 카를로스 트루히요가 설립했다.

이 회사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알베르토 마르티네즈 등이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공화당 및 트럼프 대통령 측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와 삼성전자가 새로 계약을 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광범위한 접촉을 통해 미국에서의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리테일 전략 부문 글로벌 총괄 부사장으로 소피아 황 주디에쉬 전 타미힐피거 북미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글로벌 리테일 및 영업 경쟁력 강화를 겨냥한 인사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월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후 4년 동안 210억 달러(약 30조8175억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 회장 옆에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옆 정의선’ 그림 만든 美 관료 출신 성 김


LG그룹은 지난 3월 제현정 한국무역협회(KITA) 워싱턴지부장을 미국 대관조직인 ‘LG 워싱턴 오피스’ 리더급으로 영입했다. 제 전 지부장은 무협에서 통상지원단 단장으로 일하며 미국 대선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과 관련한 통상로비 활동을 해왔다.

LG전자는 미국 수출용 가전·TV의 경우 상호관세 대상이 아닌 멕시코에서 상당량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미국 수출용 생산라인이 고율의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한국, 베트남, 태국, 인도 등에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 판매용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도 46% 관세 폭탄이 떨어진 베트남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또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축소될 수 있어 변수가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통’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현대차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며 북미 시장 대응력을 강화했다. 2023년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영입한 뒤 지난해 말 대외협력 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월 2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공동 발표 형식으로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성 김 사장을 중심으로 한 대외협력팀의 성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이 백악관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국내 경제인들이 취임식에 초청됐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식적 만남이 알려진 것은 정의선 회장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기업 총수가 만난 것도 첫 번째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트럼프 2기의 막후실세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골프 라운드에 동행하며 핵심 인사들과 접점을 넓혀왔다. 지난해 자동차산업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414억 달러로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영향이 가장 큰 산업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연간 미국 자동차 판매 물량 170만 대 중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69만 대(40%)에 불과하다. 나머지 101만 대(60%)는 관세 부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내년 가동되는 증설 물량을 감안하더라도 중단기적 관세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2월 21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 최태원 복심에 북미 대관 맡겨


SK그룹은 지난해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를 출범시키고 초대 대표직에 그룹 미주대외협력 총괄을 맡아온 유정준 부회장을 임명했다. 유 부회장은 국내 20대 그룹 대표로 구성된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사절단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도 지난해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해 북미 대관 총괄을 맡고 있다. SK그룹 대미 전략 컨트롤타워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건 최 회장이다.

미국 관세정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2월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고 왔다. 당시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 재무부 관계자 등을 만나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기여를 적극 알리는 한편, 미국이 한국을 ‘무역적자국’으로 규정한 논리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자료도 직접 준비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주장하는 과거 8년간 무역적자 중 80%는 한국이 외국인직접투자(FDI) 형태로 투자했기 때문이고 투자국에 공장 신설이나 증설을 하는 그린필드 투자를 하게 되면 이런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

필리조선소에 방문한 마크 켈리 미국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사진=켈리 상원의원 홈페이지


통상 관료 스카우트한 한화, 美 로비 금액 현대차 제쳐


한화그룹은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을 지낸 주영준 사장을 한화퓨처프루프 사업전략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한화솔루션은 북미 지역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인 ‘솔라허브’를 구축 중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해외 진출 계획 등을 설계하고 전략을 짜는 업무를 맡고 있다.

주 사장은 지난 2월 대한상의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으로 워싱턴DC에서 백악관, 재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면담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마이클 쿨터 전 미 국방부 차관보 대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전문가들이 조선과 방산 등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 분야를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통상 압력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대미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 모색하며 지난해 대미 로비에도 역대 최고 자금을 투입했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2024년 총 391만 달러(56억원)를 로비에 썼다. 현대차그룹(328만 달러·47억원)을 처음으로 제쳤다.

한화그룹은 미국 사업을 확장하며 로비액이 2021년 64만 달러, 2022년 90만 달러, 2023년 158만 달러로 급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에 대응하려면 대통령이 있어야 하는데 탄핵 사태로 국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인 만큼 기업들이 미국통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통 영입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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