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화그룹의 3세 승계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이끄는 금융계열사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 금융계열사들은 최근까지 한화생명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국외투자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국외투자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다 금융계열사의 중심인 한화생명은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김 사장의 행보에 주목하며 투자 부실 여부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입사 10년만에 사장 오른 김동원은 마이너스손?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한화생명은 자회사로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을 두고 있다. 캐롯손해보험과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생명의 손자회사다. 지난해 비금융 계열사인 한화글로벌에셋으로부터 한화저축은행 지분을 취득하면서 한화생명을 정점으로 현재의 금융계열사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한화생명의 대주주는 ㈜한화(지분율 43.24%, 2024년 말 기준)다.
김동원 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에 입사했다. 현재는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함을 갖고 있는 미등기임원이다. 입사 후 10여년간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두 가지 굵직한 과제를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자본 투자도 적극적으로 단행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부진한 편이다. 2019년 선을 보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6년 내 손실을 이어간 끝에 모회사인 한화손보가 흡수합병을 저울질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진출 사업도 늪에 빠져 있다. 인도네시아 생보사(한화생명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64억58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손보사(리포손해보험)도 순이익 규모가 149억2700만원(2023년)에서 49억5500만원(2024년)으로 급감했다. 인도네시아 생보사에서 발생한 손실은 리포손해보험 지분 인수에 따른 투자손익이 반영된 결과다.
‘김동원 사업’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김 사장의 직급과 보수는 수직 상승 중이다. 2016년 30대 초반 나이에 임원(전사혁신실 상무)을 단 이후 3년 뒤 시(C)-레벨(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 상무)에 올랐다.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3년 만인 지난해 사장에 올랐다. 연봉도 2021년 약 7억원에서 2024년 약 12억원으로 뛰었다. 현금 급여 외에도 김 사장은 2020년부터 6년 연속 약 440만주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를 받았다.
금융당국 모니터링 수위 높여가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한화생명에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금감원은 공시를 통해 ‘한화 금융복합기업집단’(한화 금융계열사를 가리킴)이 위험 분석·관리 업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며, 한화저축은행 지분 인수 과정도 “법률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배구조 변경 관련 법률 리스크 검토를 강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한화 금융계열사 전반에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쪽은 “필요한 법률적 검토를 했으며, 이런 사실을 포함해 금감원에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열사의 중심인 한화생명의 자본적정성이 안정적이지 않은 점도 김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화생명의 지급여력(킥스)비율은 164.1%로 삼성생명(193.5%), 교보생명(170.1%)보다 낮은 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를 예고한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79.4%에 머문다. 삼성·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이 모두 100%를 웃돌고 있는 점에 견줘 한화생명의 자본비율이 취약한 셈이다. 한화생명의 국외 투자 부실이 늘어나면 그 부담은 한화생명의 건전성에 영향을 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외 투자를 포함해 샅샅이 부실 요인을 점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