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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느려진 걸음은 파킨슨질환 등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중요한 단서다. 특히 고령자인 경우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걸음걸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상이 있으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느린 걸음은 퇴행성 뇌질환 위험
떨림·근육 경직 등이 전형적 증상
이상 증세에도 대응은 여전히 부족
진단까지 평균 28개월 가까이 지체
현재 파킨슨 질환자 100만명 추정
낙상이 가장 위험… 일반인의 22배
보행장애 관심 갖고 조기진단 필요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KMDS)가 최근 세계 파킨슨의 날(4월 11일)을 계기로 국내에 ‘숨어있는 파킨슨질환 찾기’에 본격 나섰다. 파킨슨질환 등 퇴행성 뇌신경질환을 진단하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가 ‘느려진 걸음’이다. 걸음걸이의 이상 유무를 파악해 ‘잠재적 파킨슨질환자’를 조기에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학회는 아울러 급격히 증가하는 고령 인구에서 ‘건강 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건강한 걸음걸이-건강한 삶(Good Gait-Good Life)’ 캠페인도 시작했다.

파킨슨질환, 인식·대응 부족

파킨슨질환은 ‘파킨슨증’을 보이는 질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흔히 알려진 파킨슨병을 포함해 혈관성 파킨슨증, 약물 유발성 파킨슨증, 비전형 파킨슨증, 진핵성 핵상마비, 다계통 위축증, 루이소체 치매 등이 이른바 ‘파킨슨 우산’ 속에 들어간다. 파킨슨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은 느린 움직임과 떨림, 근육 경직(뻣뻣함), 자세 불안정이다. 박진세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14일 “가장 흔한 증상은 손떨림이지만 파킨슨 진단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느림보 걸음’, 즉 서동과 보행 장애 여부”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나이 들어서 그렇다’거나 디스크·오십견 같은 척추관절 질환, 뇌졸중, 수전증 등으로 오인해 초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2023년 학회 조사(380명 대상)에 따르면 환자가 이상을 느낀 후 파킨슨병 진단까지는 평균 27.93개월이 걸렸다.

천상명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치매 대응 체계는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 정비됐지만 파킨슨질환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인식과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파킨슨질환의 유병률은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저평가돼 있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천 교수는 “이는 진단 기준의 엄격성과 비전형 파킨슨증의 배제 때문”이라며 “증상이 다양하고 비전형적이어서 진단이 지연되거나 다른 진료과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파킨슨 환자는 언어·삼킴 장애, 후각 이상, 기립성 저혈압, 충동조절 장애, 환시·망상, 수면 장애, 배뇨 장애, 우울·불안, 변비, 인지기능 장애, 땀·침 흘림 등의 비전형 증상도 겪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순수 파킨슨병 진료 환자는 2004년 3만9265명에서 2021년 11만8504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환자 수가 1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파킨슨병을 포함해 파킨슨증을 가진 이들까지 포함하면 국내에 100만명의 파킨슨질환자가 있을 거로 학계는 추정한다. 유수연 학회 홍보이사는 “‘파킨슨 우산’ 아래 여러 아형 질환을 정확히 구분하고 정상적인 노화와 전신 쇠약, 근골격계질환 등 보행 이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도 감별하려면 파킨슨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진찰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파킨슨질환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낙상이다. 유병 기간이 10년 이하인 파킨슨 환자의 낙상 위험은 일반인보다 22배 높다. 낙상의 70%는 ‘동결 보행(종종걸음)’과 연관돼 있다. 사회적 부담은 치매보다 크다. 심평원 자료(2016년)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의 40·50대 경제활동 인구는 치매 환자 대비 9배 높았다. 질병 진행으로 신체 및 인지장애가 동반되면 가계 부담은 물론 가족 전체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이런 위험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파킨슨병은 중뇌 흑색질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안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도파민을 보충해 주는 약물 치료를 기본으로 약효가 떨어지면 뇌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보내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수술 치료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운동·재활 치료도 중요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환자들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예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 보행이 건강한 노년 첫걸음

학회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선 어떠한 질병을 앓았는지보다 얼마나 더 잘 걸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세 교수는 “걸음걸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신경 기능’이다. 고령자들은 특히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보행 장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느림보 걸음 여부로 인지기능 저하의 조기 예측도 가능하다. 캐나다는 치매 조기 진단 기준에 기억력 저하와 함께 보행 속도 저하를 포함했다.

느림보 보행은 더 이상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40대 중반부터 걸음이 느리면 신체와 두뇌 노화를 의심해야 한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박 교수는 “느림보 걸음이 느껴지면 신경과를 찾으라”며 “요즘은 보행 분석 기술 발전으로 많은 병원에서 보행 속도·보폭 등 정량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회는 진단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한국인 정상 보행 DB를 구축 중이며 올해 말 공개할 계획이다. 이필휴 KMDS 회장은 “국내 병원들의 보행 분석은 서양인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한국형 정상 보행 데이터 구축이 절실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신의 보행을 연령별 정상 보행 속도와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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