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관세 폭락장에도 16% 수익률
작년 상승장 샴페인 취해있을때
대형 기술주 팔아 476조원 현금 쌓아
관세 폭락장에도 16% 수익률
작년 상승장 샴페인 취해있을때
대형 기술주 팔아 476조원 현금 쌓아
이번에도 워런 버핏(Warren Buffett·사진)이 옳았다. 지난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때 버핏은 애플과 같은 대형 기술주 주식을 팔고 현금 비중을 확대했다. 시장이 오래 상승했지만, 설득력 있는 하락 이유를 찾기 어려울 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도 '협상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워런 버핏이 틀렸다"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대(對)중국 관세 145%를 예상하는 이가 없었던 영향이다.
버핏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이끄는 투자목적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11일(현지시간) 기준 올해 들어 16.18%(클래스 B기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인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33.50% 급락했다. 뉴욕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8.61%, 나스닥은 13.26% 고꾸라졌다. 아직 관세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버핏의 판단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 "버핏의 혜안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개인 순자산 늘은 건 버핏이 유일
블룸버그가 전 세계 부자 500명의 자산 변동을 집계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총 자산 상위 10명중 개인 순자산이 늘어난 인물은 버핏이 유일했다. 13일 기준 버핏의 자산은 1630억 달러(약 232조원)로 올해 212억 달러(약 30조원)가 늘었다. 전 세계 부자 4위다. 올해 초 버핏은 7위였으나 3단계 올라섰다.
1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 총자산은 3110억 달러(약 443조원)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를 도운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 효율 부(DOGE) 수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올해만 1210억 달러(172조원)의 자산이 사라졌다.
버크셔가 올해 미국 증시를 이끌던 대형 기술주를 압도하고 시장 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돈 비결은 먼저 지난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앞으로도 높은 현금 비중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로 높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돼서다. 버크셔는 코로나19 팬데믹 급락장에서도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 높은 성과를 냈다.
버크셔는 지난 2월에 발표한 2024년 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증가한 145억 달러(약 20조68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4년 회계연도 전체 영업이익은 474억 달러(약 67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순이익은 890억 달러(약 126조9400억원)로 전년보다 7.5% 감소했다. 버핏은 주주 서한에서 “국채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투자 소득에서 예측 가능한 큰 이익을 얻었다”며 “단기 유동성 자산인 국채 보유량을 상당히 늘린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버크셔는 지난해부터 주식 비중은 줄이고 채권 등 현금성 자산은 높여왔다. 현금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앞으로 저렴하고 유망한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 올리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버핏은 “하늘에서 금덩어리가 쏟아질 때는 골무가 아닌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말 기준 3342억 달러(약 476조67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최근 1년 새 배 이상 뛰었다.
버크셔는 미국 국채 등 현금성 자산을 늘리기 위해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식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행보는 처음엔 의구심을 자아냈지만 관세발(發) 폭락장에서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각각 18.74%, 18.83% 급락했다. 조시 브라운 리트홀츠 웰스 매니지먼트 CEO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트럼프의 돌발 정책에도 흔들리지 않는 몇 안 되는 종목”이라며 “미국 경제에 넓게 노출돼 있지만, 백악관 정책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버크셔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이다. 다만 일본과 중국기업 투자로도 최근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으로는 비야디(BYD)가 대표 사례다. 버크셔는 2008년 BYD에 2억3000만 달러(약 3280억원)를 투자해 시장 관심을 모았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버크셔가 현재 보유한 BYD 지분 가치는 60억~80억 달러(8조5500억원~11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초기 투자금 대비 최대 약 34배에 달한다.
日 5대 종합상사 투자 3배 올라
버크셔는 일본에서는 종합 상사기업을 매수해오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미쓰이물산과 미쓰비시상사 마루베니상사 스미토모상사 이토추상사 5대 상사가 그 대상이다. 버크셔는 2019년 7월부터 이들 기업 지분을 늘리고 있다. 버크셔가 매수한 이후 5대 상사의 실적은 물론 주주환원도 확대되면서 이들 기업 주가도 3배가량 올랐다.
버크셔는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늘리는 최근에도 일본 5대 상사 기업 주식은 사들이고 있다. 엔화 가치 강세와 상사기업 주주환원 확대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버크셔는 지난달 5대 상사 지분을 1% 포인트씩 늘리면서 각 9%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