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열흘 만에 ‘민간인’ 출석…윤 측 “공소기각을”
지하주차장으로 직행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린 14일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의 쇼’ 주장…‘경고성·질서유지용’ 또 억지 논리
“수사 기록 논리 없고 난잡” 검찰·재판부 향해 호통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은 민간인 신분으로 출석한 형사재판 첫 공판에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는 등의 궤변을 반복했다. 그는 피고인석에 앉아 “수사기록부터 논리가 없고 난잡하다. 제대로 된 재판이 되겠느냐”며 도리어 검찰과 재판부를 향해 호통을 쳤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열린 공판에서 손짓을 해가며 큰 소리로 검찰의 공소 요지를 부인했다. 발언 내용은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서 주장한 레퍼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경고성 계엄’과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병력 투입’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계엄군의 국회 본청 진입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과 관련해 “내가 지시한 게 아니다”라거나 “부하들이 오해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도 여전했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 건물에 진입해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을 위협하는 장면은 이미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배치된 인력이었고, 이들도 민간인 충돌을 피해 계속 도망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들어갈 사람은 (국회에) 다 들어갔고, 엄연히 들어갈 수 있는데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진을 찍으면서 완전히 쇼를 했다”고 주장했다.
계엄 당시 군인들이 지시를 소극적으로 이행하거나 거부한 부분에 대해선 마치 자신이 지시한 것처럼 주장했다. 계엄 당시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 등에 군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지시한 바도 없고, 나중에 병력이 출동한다는 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듣고 ‘거기는 안 된다. 즉각 중지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병력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다가 퇴각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했다. 여론조사 꽃으로 출동한 유재원 국군방첩사령부 사이버보안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고민 끝에 과장들에게는 ‘가지 말라’고 했고, 이하 직원들에겐 아예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된다.
김 전 장관 등과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원래도 군 간부를 만나면 외교 안보나 국정에 관한 얘기를 다 해준다. 늘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라며 “이걸 놓고 사전 모의라고 하는 것은 코미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엄은 장기 집권을 위한 군정 실시를 목표로 한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26년 검사 경력’을 언급하며 재판부와 검찰을 향해 호통치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12·12 군사쿠데타나 5·18 민주화운동 전 비상계엄 선포를 언급하며 “당시 공소장을 보면 훨씬 간명하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여러 사람의 조서를 모자이크식으로 붙여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사 시절 많은 피의자를 기소한 입장에서 어떤 근거로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리발 내밀기’로 일관한 윤 전 대통령과 달리 증인으로 출석한 군 지휘관들은 ‘국회로 출동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재확인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도 계엄 당시 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으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다시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기소가 위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며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언제 어떤 모의가 있었는지, 구체적 행동을 지시한 사람 등이 드러나지 않은,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위법한 공소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