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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화장지·물티슈 쟁여두기 현상
코로나19 이후 국산 휴지 인기 급증
선크림 등 'K-뷰티' 품목도 사재기 대상
식품 관련해서도 조미김 등 수요 늘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크리넥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스1

[서울경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제조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40대 김 모 씨는 최근 미국 내 한인 단체 채팅방에서 ‘상호관세로 인해 한국산 휴지 가격이 오를 수 있으니 미리 사둬야 한다’는 글을 발견하고 곧장 한인 마트로 달려갔다. 하지만 평소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던 30개들이 두루마리 휴지는 단 한 세트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김 씨는 “최근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갔는데 모든 고객들이 카트에 휴지 하나씩은 담고 있을 정도로 미국 전역에 휴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산 화장지를 미리 쟁여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유학생들과 교포들 사이에서 가격 상승을 우려해 한국산 화장지나 물티슈 등을 미리 구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화장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선크림이나 건조 김 등 다양한 품목들에 대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교포들의 전언이다.

국산 화장지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대폭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전 세계적으로 면역과 위생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휴지 대란’이 한 차례 일어나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바 있다. 당시 1년 만에 대미 화장지 수출 금액이 전년 대비 329% 늘어났으며 점유율 역시 이례적으로 40%를 돌파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화장지 수출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였다. KOTRA의 국산 화장지 대미 수출 금액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34만 7375달러(약 19억 2445만 원)였던 수출 금액은 2022년 163만 3592달러, 2023년 187만 5039달러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19만 9976달러를 기록하며 3년 만에 200만 달러 고지를 밟았다. 전체 화장지 수출국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21년 21.4%에서 2024년 31.2%로 10%포인트가량 늘어났다.

화장지 사재기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 유학생뿐만이 아니다. 미국인들도 가격 상승을 우려해 화장지와 키친타월을 쟁여두는 분위기다. 미국이 화장지 주요 수출국인 캐나다의 연질 목재에 대해 당초 14%였던 수입세를 52%로 올리겠다 예고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화장지나 키친타월 성분의 대부분은 캐나다산 펄프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90일간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은 이미 팽배해진 상황이다.

가격 상승 우려에 미국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는 국산 제품은 화장지뿐만이 아니다. 최근 외국에서 기능을 인정받아 ‘K뷰티’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화장품 또한 미국 소비자들의 사재기 대상이 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미국인들이 상호관세 부과로 사재기에 나선 미국 내 수입품 목록 중 한국산 선크림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자외선 차단제를 의약용품으로 분류하고 있어 해당 기능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는 한국산 선크림에 대한 수요가 최근 들어 높아지던 와중에 가격 상승 우려까지 겹치며 사재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수출액만 1398만 달러를 기록한 건조 김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유학생들은 물론 자영업자들까지 김 사들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내 일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강 모 씨는 “일식에서 김은 필수인데 건조 김의 경우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은 한국산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김은 유통기한이 길다 보니까 사장님이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수개월 치를 미리 구매하자고 의견을 제시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의 상호관세 여파로 가격 조정이 가시권에 들어올 때까지 적어도 6개월가량 이러한 재난 형태의 소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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