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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은 관세전쟁의 타깃을 중국으로 좁혔다. 시장에서는 월가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놓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전 세계에 던진 관세 폭탄으로 증시가 휘청이고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월가의 거물들도 하나둘 반대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아왔던 금융인, 기업인, 경제학자들이 관세정책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잘못된 정책 때문에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강한 비판도 나왔다. 관세 인상으로 수입품 가격이 뛰고 이민 억제 정책으로 노동력 공급이 줄어 인건비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될 확률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 상당수는 올해 말 이전에 경기침체가 시작될 확률을 65%로 예상했다. JP모간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40%에서 60%로 올렸다.

이 같은 목소리에 트럼프는 한발 물러섰다.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이대로면 연준 금리인하 못 한다”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전쟁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4월 7일 다이먼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수입품과 국내 가격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관세가 경기침체를 유발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관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돼 되돌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다이먼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로) 서방 세계의 군사 및 경제 동맹이 분열되면 미국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7일 뉴욕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 CEO가 지금 경기침체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것”이라며 미국 증시 하락세가 지속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핑크는 “경제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약화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시장이 기대하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리면 연준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자본시장에도 돈이 돌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빌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관세가 물가를 자극해 연준의 금리인하를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7일 블룸버그 칼럼에서 연준이 5년 넘게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초과해왔다는 점을 들어 물가상승을 용인하면 오히려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무역에 대한 공격은 그 범위와 규모, 비타협적 태도 측면에서 전례가 없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가중 평균 관세율은 올해 3% 미만에서 25% 이상으로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요 감소로 성장률이 급락하면서 향후 6개월 동안 연간 인플레이션이 5%까지 상승하고, 미국의 지속가능한 실질 성장률은 기존 2.5~3%에서 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경제팀’ 멘토도 등 돌렸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10%를 초과하는 관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재무장관인 스콧 베선트의 절친한 친구이자 멘토였다.

드러켄밀러는 4월 6일(일요일) 이례적으로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 CNBC와의 인터뷰 영상에 답글을 남기며 “인터뷰에서 분명히 밝혔듯이 관세가 10%를 초과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썼다. 그가 글을 남긴 시점은 미국 증시가 3~4일(목~금요일)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며 6조6000억 달러(약 9695조원)가 증발한 직후였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금융시장이 관세 영향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세 90일 유예 가짜뉴스처럼 완화 조치를 시사하는 기사엔 주가가 급등하고 관세를 지속할 것이란 소식엔 주가가 급락한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은 처음으로 자국의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며 “외부 세계에서 이러한 도전(침체)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의 말과 행동에 의해 유도된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교수이기도 한 서머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두고 “이러한 주장은 내가 아는 모든 경제학 입문 교과서와 강의에서 모순된다”고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이 관세율을 2차 세계대전 이전 수준으로 인상한다면 “미국과 세계경제에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시행된다면 시장의 손실은 수조 달러에 달할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를 지지한 억만장자 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역시 비대칭적인 관세정책을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적 핵겨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크먼은 지난 7일 X에 “세계경제가 잘못된 수학 때문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를 부과해 재정을 튼튼히 하겠다는 트럼프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1971년 금본위제 폐지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율 산정의 근거로 제시한 논문의 저자는 자신의 연구를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브렌트 니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교수는 ‘잘못된 목표와 방식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폐기돼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했다.

니먼 교수는 알베르토 카바요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에 부과된 관세의 영향을 연구한 인물이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니먼 교수 등의 논문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57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 계산의 근거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니먼 교수는 이날 기고문에서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라고 했다. 니먼 교수는 중국에 부과한 관세가 미국 수입품에 미치는 영향을 뜻하는 ‘수입수요 가격탄력성’이 0.95에 가깝다는 것이 논문의 결과라고 소개했다.

중국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수입업자의 부담이 19% 증가할 정도로 가격탄력성이 비례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USTR은 관세율을 책정하면서 관세에 대한 수입 가격 탄력성을 0.25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관세율을 올려도 무역 상대국의 부담이 늘 뿐 미국 수입업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많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니먼 교수는 이에 대해 자신의 공동연구에서 나온 0.95라는 수치를 사용해 계산했다면 관세율이 최대 4분의 1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니먼 교수 논문 내용에 따라 각국에 대한 관세율을 다시 계산하면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0%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니먼 교수는 관세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목표 자체도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 무역이 자원과 비교우위, 개발 수준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일 뿐 거래에서 적자가 난다 하더라도 불공정 경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니먼 교수는 “스리랑카는 미국에 의류를, 미국은 스리랑카에 의약품과 가스터빈을 수출한다”며 경제학 기초인 자원 배분의 효율성에 대해 설명했다.

무엇보다 니먼 교수는 관세로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목표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상호관세 정책은 성공할 수 없고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월가와 학계가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일제히 비난하고 시장이 급락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일 관세 발효를 90일 유예했다. “관세 90일 유예는 가짜뉴스”라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의 일이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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