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기 전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이 14일 열리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 사건 첫 재판 때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출석하도록 해달라는 윤석열 측 요청을 수용했다. 형사재판 피고인이 지하 주차장을 통해 법정에 출석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윤석열 내란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첫 재판 때 법정 내부를 촬영하도록 해달라고 언론이 신청했으나 불허했다. 모두 국민 법감정과 관례에 반하는 비상식적 조치들이다.
서울고법은 “인근에 다수의 집회신고가 있어 많은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원청사 방호와 민원인들 불편을 고려해 윤석열의 비공개 출석을 허용한다는 건데, 이런 문제는 방호태세를 강화하고 위법행위를 엄단해 해결할 일이지 윤석열에게 특혜를 베푸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법정 내 촬영 불허 조치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대법원 규칙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법정 내 촬영을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때 법정 촬영을 허용한 것,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첫 공판 때 개정 직후 1분30초간 법정 촬영을 허용한 것도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윤석열의 12·3 내란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죄보다 사안이 훨씬 중하다. 그런데도 윤석열 내란 사건 재판부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법정 촬영을 불허했으니 전례 없는 특혜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재판부의 ‘윤석열 예외주의’는 처음이 아니다. ‘날’을 기준으로 따진 수십 년 관행을 뒤집고 ‘시간’을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해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재판에선 국가기밀 보장을 이유로 정보사 관계자 등의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했고, 윤석열 재판도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인권만 중요하고 내란 피해자인 국민 알권리는 안중에 없는 건지 재판부에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이리 온정주의적으로 나오니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도 ‘자택 정치’를 노골화하며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구는 것이다. 국가 사법권을 엄정하게 행사해 법치주의·헌정질서를 지키고 사회 안정을 도모해야 할 법원이 윤석열에게 판을 깔아줌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원은 이게 과연 내란으로 넉 달여 불면의 밤을 보낸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지, 역사의 법정에 기록될 사건의 심리자로서 취할 합당한 조치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