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2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게시글. 이 게시글에는 입점 업주가 주문 안내란에 공지할 때 “수수료”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게끔 설정돼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은 14일부터 포장주문을 통한 주문에 1건당 ‘포장주문 중개 이용료(포장수수료) 6.8%를 부과한다. 고객이 직접 식당에 음식을 가지러 가는 포장주문을 배민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하면 업주에 포장수수료가 부과된다.

업주들은 새로 부과되는 포장수수료를 음식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주문 안내’에는 ‘수수료’라는 말을 쓸 수 없다. 가격을 올리면서 가장 큰 이유를 손님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셈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외식업을 하는 윤모씨(47)는 “고객들한테는 저희만 나쁜 사람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아는 분들은 이해해주는데, 가격이 갑자기 비싸졌다는 분들도 있다”며 “포장용기를 주는 것도 아니고 수수료를 도대체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앱 주문 안내란에 ‘수수료’를 금지 단어로 설정해 놓고 있다. 업주들은 포장수수료로 인한 가격 정보 변경·할인 쿠폰 종료 등을 고객들에게 알릴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업주들 노력조차 가로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지난 12일 ‘배민 공지사항에 수수료를 못 적게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캡처 사진과 함께 “포장 수수료(가) 업주 부담이라 종료 안내차 공지(를) 쓰는 데 수수료라고 쓰질 못한다”고 적었다. 사진을 보면 “수수료” 단어가 들어가니 “‘수수료’은(는) 입력할 수 없어요”라는 적색 안내 글이 붙었다.

지난 11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달의민족 측의 포장 수수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댓글에는 “수.수.료”, “susu료” 등 우회적으로 수수료를 표시하자는 제안이 잇따랐다. 그러자 한 업주는 “이마저도 임의로 삭제된다”고 말했다. 배민 측이 모니터링을 해 관련 표현이 보이면 바로 삭제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공플협) 소속 김준형씨(35)는 “포장 수수료로 6.8%, 결제 수수료로 3.3%(부가세 포함)로 매출의 10%가량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며 “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하거나 기존 할인을 취소하면 결국 손님들은 떠나간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외식업을 하는 신모씨(47)는 “(수수료 등) 상황을 아시는 분들은 가게로 직접 전화해서 포장 주문을 하시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수수료 가격을 뺀 가격이나 서비스 음식을 제공한다”며 “고객들도 이런 내용을 알아야 합리적으로 주문할 수 있는데, 이런 정보도 제공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연주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간사는 “자영업자들은 소비자의 가격 불만을 음식 가격이 아닌 배달 앱)의 이용 가격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수수료’ 등을 못 적게 막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주한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지난해 ‘배달플랫폼 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그나마 진전됐던 내용이 수수료 표시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근데 수수료 표기도 하지 않고 있고, 이 정보를 알리려는 것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 측은 포장도 배달처럼 앱에 입점해 광고효과를 누리는 만큼 수수료를 받는 것이고, 지난 5년 가까이는 코로나19 등 이유로 무료정책을 유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장) 서비스를 활성화하면 배달비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 업주들 수익성은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어 앱 주문 안내란에 ‘수수료’란 단어를 못 쓰게 한 것은 가게 홍보 등 본래 목적과 다른 용어는 쓸 수 없도록 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영명 공플협 공동의장은 “업주들은 포장할 때만 적용되는 할인쿠폰 등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며 “배민이 포장수수료를 받으면 그와 같은 노력들을 더 이상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915 '광명 사고' 수색 하루 만에 재개…조명차 동원 야간작업 이어가(종합) 랭크뉴스 2025.04.13
47914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웃는다... "오세훈 유승민 표심 내게 올 것" 랭크뉴스 2025.04.13
47913 민주 경선, 이재명과 3金 4파전…김경수 “행정수도 완전 이전” 랭크뉴스 2025.04.13
47912 김경수, ‘빛의 연정’ 내걸며 대선 출마···민주당 경선 4파전 전망 랭크뉴스 2025.04.13
47911 배민,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업주들 “고객에 사정 알리려 해도 ‘수수료’ 금지어라 못 써” 랭크뉴스 2025.04.13
47910 오세훈·유승민 이탈… 국힘 찬탄·반탄 합종연횡 가속화하나 랭크뉴스 2025.04.13
47909 하루 전 위험신호 있었는데…‘광명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인재 가능성 랭크뉴스 2025.04.13
47908 사저 온 尹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다 이기고 돌아왔다" 랭크뉴스 2025.04.13
47907 하루 12.74원 널뛰는 환율… 달러 위상도 ‘휘청’ 랭크뉴스 2025.04.13
47906 국힘 주자들, 유승민 경선 불참에 "뜻 공감" "룰 반발 안타까워" 랭크뉴스 2025.04.13
47905 "1년치 한국산 선크림 주문했다"…美 사재기 열풍 진짜 이유 랭크뉴스 2025.04.13
47904 "한덕수 양심 있나" 욕하면서, 탄핵엔 주저하는 민주당…왜 랭크뉴스 2025.04.13
47903 반성 없는 윤석열, 내일 첫 ‘내란 형사재판’…국헌 문란 쟁점 랭크뉴스 2025.04.13
» »»»»» 배민, 14일 포장 수수료 부과 시작…‘포장 종료’ 고민 업주들 “‘수수료’는 금지단어, 공지도 못 해” 랭크뉴스 2025.04.13
47901 붕괴 17시간 전 이미 파손된 기둥···‘광명 신안산선 사고’ 의문 세 가지 랭크뉴스 2025.04.13
47900 “의·정갈등 반드시 4월 중에 해결돼야, 6월까지 가면 늦어”···정부·국회 만나는 의협 랭크뉴스 2025.04.13
47899 '한덕수 대망론'에 경종… 오세훈 대선 출마 전날 돌연 접은 이유는 랭크뉴스 2025.04.13
47898 김동연, 김경수 대선 도전에 “경쟁자이자 동반자… 함께해 뜻깊다” 랭크뉴스 2025.04.13
47897 오세훈 이어 유승민도 불출마···‘반탄’ 중심으로 가는 국힘 경선 랭크뉴스 2025.04.13
47896 [르포]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 주산지 안반데기 폭설…농가 허탈 랭크뉴스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