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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KOREA 미러클 - 세계 1위 한국산업 ⑪ K뷰티]
LG생건·아모레 필두 대기업들
中진출 이어 북미까지 연착 성공
ODM기업, 뛰어난 기술 입소문
글로벌 뷰티기업 고객사로 유치
올리브영, 인디브랜드 발굴·육성
에이피알·롬앤 등 수십개 브랜드
ODM 손잡고 트렌디한 제품 출시
해외인기 힘입어 연매출 수천억대

[서울경제]

11일 찾은 한국콜마의 세종 기초화장품 공장. 2014년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로 준공된 이 공장에서는 약 700명의 직원이 연간 8억 9000만 개의 스킨케어, 자외선 차단제 등을 생산한다. 이날은 프랑스 뷰티 그룹 록시땅의 에르보리앙 브랜드에 납품되는 BB크림의 충전과 검수·포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병휘 한국콜마 포장기술팀 파트장은 “앞서 제조된 BB크림 내용물을 튜브 충전기에 넣고 자동 카토너를 통해 박스에 넣는 방식으로 포장 작업을 한다”며 “외관 이물 여부와 압력에 의해 터지는지 등은 사람이 직접 파악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생산된 BB크림은 프랑스와 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는 물론 세포라와 아마존 등 온·오프라인으로 유통되며 전 세계 고객을 만나게 된다.

프랑스산·일본산 등 수입 제품에 밀려 국내에서도 홀대를 받던 한국 화장품이 이제는 ‘K뷰티’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K뷰티는 △제조 △유통 △브랜드 △소비자 등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글로벌 뷰티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0~1950년대 행상들이 북을 ‘둥둥’ 치며 팔던 크림이라는 뜻으로 ‘동동구리무’라고 불리던 국산 화장품은 출시 초기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수입 제품에 비해 품질 등이 뒤떨어진다는 인식에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무역수지에서도 화장품은 2011년까지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적자 산업이었다. 하지만 2012년 수출액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기며 수입액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10여 년이 2024년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첫 100억 달러를 돌파한 101억 7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수출 효자’ 산업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로레알부터 존슨앤드존슨·록시땅 등 콧대 높은 글로벌 뷰티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했다. 오늘날 K뷰티를 이끌고 있는 수많은 인디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한 제조 기술력을 갖춘 이들 ODM 기업 덕분이었다. 여기에다 CJ올리브영이 구축한 온·오프라인 유통망은 인디 브랜드가 탄생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고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의 알파 세대와 Z세대 소비자들 역시 K뷰티의 자양분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대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주도하던 시기였다. 이들은 중국 시장에 주목해 1990년대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준공·인수하며 중국에 진출, 2000년대부터 중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중국에서만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같은 해 LG생활건강은 중국 관광객 덕분에 면세점에서만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중간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일명 ‘한한령’을 내리자 국내 뷰티 기업들의 중국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17년 면세점 매출이 전년 대비 26.4% 감소한 1조 1030억 원에 그쳤다. 이후 국내 뷰티 기업들은 중국 및 아시아 일변도에서 북미 등으로 시장 다변화에 나서며 반전을 모색했다. 때마침 K팝·K드라마 등 K콘텐츠가 인기를 끈 것도 이 같은 움직임에 일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펼치면서 지난해 북미 매출이 83% 증가한 5246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중국 매출을 넘어섰다. 2020년 219억 원에 그쳤던 순이익도 지난해 6016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금의 K뷰티가 과거와 가장 차별되는 부분은 바로 인디 브랜드의 등장이다. 에이피알에서부터 롬앤·토리든·탬버린즈·비나우·티르티르 등 수많은 국내 인디 브랜드들이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ODM 기업과 손잡고 트렌드에 걸맞은 제품을 발 빠르게 출시하며 글로벌 뷰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지난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코스맥스 고객사만 26곳으로 집계됐다”며 “과거에는 대기업 브랜드가 K뷰티를 글로벌 시장에 알렸다면 현재는 인디 브랜드가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K뷰티를 이끄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디 브랜드의 성장에는 유통 채널인 CJ올리브영의 역할도 컸다. 올리브영은 과거 대기업 브랜드 일변도였던 뷰티 시장에서 인디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며 뷰티 시장을 키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중 연간 100억 원 이상 매출을 거둔 브랜드 수는 2013년 단 2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100개를 넘어섰다. 올리브영은 최근 일명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며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등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올리브영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40%나 증가했다. 올리브영 매장에서 K뷰티를 접한 외국인들은 귀국 이후 역직구몰인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통해 K뷰티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올리브영 글로벌몰의 회원 수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46만 명으로 집계됐다.

실리콘투와 같은 뷰티 유통 기업도 이 같은 K뷰티의 글로벌화에 일조했다. 실리콘투는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중동 등으로 판로를 개척·확대하는 역할에 앞장섰다. 덕분에 2022년 1650억 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6920억 원으로 4배 이상 크게 늘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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