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등 소비자가 폭등 우려 반영한 듯
WSJ “해당 지침 중국에 주로 적용”
WSJ “해당 지침 중국에 주로 적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대상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컴퓨터 등 주요 전자 제품을 제외했다. 관세 전쟁 확산 탓에 애플 아이폰 등 전자기기의 소비자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도 일정 정도 조정 여지를 남긴 행보로 분석된다. 전자제품 중 압도적으로 많은 품목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어서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전날 밤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총 20개 대상의 전자 제품에 대해 상호관세 면제를 발표했다. 면제 대상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컴퓨터 외에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이 대거 포함됐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연합뉴스
트럼프는 현재 중국에 125%, 그 외 국가에는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예외조치로 스마트폰 등에는 당분간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애플과 삼성, TSMC 등이 이번 조치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상태다.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국이 중국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면제된 기술 제품은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중국 중 약 1000억 달러를 차지, 전체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 중 23%에 해당한다. 특히 애플의 경우 자사 제품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대통령전용기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조치와 향후 반도체 관세 부과 전망과 관련해 “월요일(14일)에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주겠다. 하지만 우리가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이번 조치는) 기술 관련 제품의 즉각적인 비용 상승에 대한 일부 소비자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조치”라며 “이번 주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무역 파트너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지침이 주로 중국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철강과 자동차 등에는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 부과가 예정된 항목들도 상호관세 대상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자 제품에 대한 이번 예외 조치도 비슷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에 펜타닐 등을 이유로 상호관세와 별도로 부과된 기존의 ‘10%+10%’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가 향후 품목별 관세를 예고한 만큼, 이번 유예가 얼마나 지속할지는 불확실하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자동차, 철강, 의약품, 반도체 등은 특정한 (다른) 관세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반도체, 칩,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핵심 기술을 제조하는 데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번에 면제된 많은 전자 제품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 제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을 끼칠 경우, 대통령이 긴급하게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중국 제외 90일간 적용 유예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주요 수입품인 전자 제품에 대해서도 면제를 발표했다.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