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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를 기다리며 소닉모터스 도곡점에서 도열 중인 프리미엄 차량. 권재현 선임기자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카페와 와인 식당들이 즐비한 서울 양재천변 ‘매봉역 카페거리’를 걷다 보면 조금은 이질감이 드는 공간이 나온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계열사 한국카앤라이프가 운영 중인 슈퍼카 및 하이엔드 자동차 전문 정비소 ‘소닉모터스 도곡점’이다.

기자가 찾은 지난 2일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형형색색의 스포츠카들이 늘어서 있었다. 페라리 F8 스나이더(2020년식), 페라리 488 피스타(2019년식), 벤틀리 컨티넨탈 GT(2020년식), 포르쉐 911 GT3(2021년식) 등 하나같이 고가 차량들이었다. 정비사들은 이들 차량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능숙한 손놀림을 보탰다.

소닉모터스 도곡점의 한 정비사가 슈퍼카를 손보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제공


소닉모터스는 이미 슈퍼카나 클래식카 소유자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다. 페라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등 럭셔리 하이퍼카 정비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극소수의 전문 시설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소닉모터스 차봉재 도곡점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1991년식 ‘G바겐’처럼 희소성이 높은 모델 정비도 가능하다”며 “통상적인 정비를 넘어 일반 서비스 센터에서 다루기 어려운 희귀 모델의 튜닝 및 단종 부품 관리 작업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소닉모터스에 ‘슈퍼카 정비 1세대’로 불리는 20년 이상 경력인 정비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차봉재 도곡점장도 자동차 정비·튜닝 분야에서만 35년 경력자다.

소닉모터스 차봉재 도곡점장. 권재현 선임기자


슈퍼카와 클래식카는 일반 차량과는 달리 부품 조달이 어렵고 정비에도 엄격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차량 구조나 작동 원리를 꿰뚫고 있어야 정비 매뉴얼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다.

여기서 일하는 베테랑 정비사들은 때론 매뉴얼을 넘어선 ‘과감한’ 처방을 내린다. 매뉴얼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브랜드 공식 서비스센터에선 선뜻 따라 하기 힘든 조치다. 풍부한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객들로선 최상급 품질의 정비 서비스는 기본이고 시간과 절차, 비용마저 줄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 이내 단골이 되는 경우도 많다.

소닉모터스 도곡점 내부 모습. 권재현 선임기자


국내 최상급 설비 역시 돋보인다. 소닉모터스는 슈퍼카 브랜드 전용 계측 장비를 갖추고 전자화된 자동차들이 나타내는 증상을 과학적으로 해석해 낸다.

‘엔진 소리만 들어도 차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옛 자동차 정비 전문가들의 무용담이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흘러간 얘기가 됐다. 자동차가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도 각양각색이다. 베테랑 정비사라고 해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할 수가 없다. 이런 흐름은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소닉모터스 도곡점 내부 모습. 권재현 선임기자


모기업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이 든든한 ‘원군’이 됐다. 소닉모터스 정비사들에게 ‘실습 차량’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덕분에 이들은 2018년 2월에는 테슬라 ‘모델X’를, 2020년 8월에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S’를 분해해 프리미엄 전기차 구조를 이해했다. 모델X는 2023년 3월, 타이칸 터보S는 2021년 5월에야 국내에 공식 출시됐으니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연구개발(R&D)를 위해 구입한 차량을 활용한 일종의 ‘선행학습’이었던 셈이다. 차량 가격이 5억원을 웃도는 페라리 ‘488 피스타’를 분해해 정비 학습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앤컴퍼니그룹 덕분이었다.

이를 통해 전기차와 고성능 차량에 타이어 및 열관리 시스템 부품을 공급 중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하이테크 혁신을 위한 R&D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브랜드별 연간 판매량 자료를 보면, 포르쉐의 2024년 판매대수는 8284대로 2019년(4204대)보다 97% 성장했다. 같은 기간 람보르기니는 173대에서 487대로 182%, 벤틀리는 129대에서 400대로 210% 성장을 기록했다.

하이엔드 차량의 국내 등록대수가 증가하면 프리미엄 정비 수요 또한 많아진다.

병행수입 슈퍼카의 정비가 가능한 것도 소닉모터스의 강점이다. 희소성을 쫓아 정식 수입되지 않는 슈퍼카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믿고 맡길 만한 정비소로 소닉모터스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소닉모터스 도곡점은 올해 1월 감각적인 경험을 더한 모터컬처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호주식 수제도넛 카페 ‘퀸즈베리 도넛하우스’를 입점시켜 차량 정비와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소닉모터스 박정희 대표는 “슈퍼카 정비를 위해 방문한 고객은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커피와 도넛을 즐기는 문화적 경험을, 도넛과 커피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고객은 평소엔 보기 힘든 슈퍼카를 감상하며 자연스레 자동차 문화를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운영 중인 모터컬처 브랜드 ‘드라이브(DRIVE)’ 마케팅의 일환이기도 하다. 드라이브는 미래 지향적인 모빌리티 문화와 예술, 음악, 패션, F&B(식음료) 등 다양한 영역을 결합한 활동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자동차와 관련된 경험을 ‘즐길 거리’로 넓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슈퍼카 정비소는 특정 고객만 방문한다는 이유로 다소 폐쇄적이고 전문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박 대표는 “소닉모터스 도곡점이 전통적인 자동차 정비소의 ‘고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트렌디한 경험을 제공하는 색다른 공간으로 진화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소닉모터스 도곡점을 자동차 관련 전시, 워크숍, 브랜드 협업 행사 등 드라이브 브랜드의 다양한 문화 활동과 콘텐츠가 펼쳐지는 핵심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닉모터스 도곡점에 입점한 ‘퀸즈베리 도넛하우스’. 한국앤컴퍼니그룹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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