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수입량, 작년 전체 넘어서
배추 5719원, 1년 전보다 30%↑
“중국산 탓에 손님 줄까 우려”
배추 5719원, 1년 전보다 30%↑
“중국산 탓에 손님 줄까 우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김치 판매대에서 시민이 김치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연모씨는 최근 매장 김치를 중국산으로 바꿨다. 마음이 불편했지만 식재료 구입 부담이 커지면서 중국산 김치를 쓰기로 했다. 연씨는 “중국산 김치로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 되지만 적자가 쌓여 문을 닫게 되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며 한숨 쉬었다.
고물가로 식료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연씨처럼 중국산 김치를 쓰는 식당이 늘고 있다. 김치 수입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주 수입국은 중국이다. 중국산 김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도 늘고 있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달 김치 수입량은 2만8718t으로 전년보다 0.9%, 평년보다 7.8% 증가했다. 지난 1~2월 김치 수입량은 5만2252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8107t)보다 8.6% 늘었다. 이 기간 수입액은 2625만 달러(약 374억원)에서 약 17% 증가한 3082만 달러(약 439억원)를 기록했고, 한국이 김치를 수입한 국가는 중국뿐이었다.
김치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업체도 증가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김치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해 적발된 업체는 233곳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37건)보다 약 70% 늘어난 수준이다. 대부분 업체는 중국산 배추김치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하다가 기관에 적발됐다.
김치 수입량 증가는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김치 물가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2.1%)을 크게 웃도는 15.3%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당 업주들이 메뉴 가격을 올리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면서 김치 구입처를 바꾸는 등 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주재료인 배추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배추 상품 1포기 소매가격은 5719원으로 전년(4380원)보다 30.6%, 평년 가격(4575원)보다 25.0% 비싸다. 지난해 여름 폭염이 늦게까지 이어져 겨울 배추를 심는 시기가 늦어졌고 수확량까지 줄어든 여파다. 올해는 3월 중순에도 눈이 오거나 강풍이 부는 등 기상 악화가 이어지면서 봄배추 출하마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배추 수입량도 급증했다. 지난해 1~3월 전무했던 배추 수입량은 올해 같은 기간 5383t으로 치솟았다. 이미 지난해 연간 배추 수입량(4135t)을 넘어섰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추에 대한 할당관세를 시행하면서 수입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업주가 중국산 배추를 구입해 직접 김치를 담그더라도 중국산 표기를 해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원산지 표기법에 따르면 배추김치의 경우 배추와 고춧가루 원산지를 나눠 표기해야 한다. 외식업체 관계자는 “저렴하고 선도 좋은 중국산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도 원산지 표기를 본 손님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바에야 가격이 국산의 절반 이하인 중국산 김치 완제품을 구매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