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동물단체, 화마 피한 동물 보호에 고군분투
산불 현장서 구조된 길고양이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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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경북 의성에 사는 김모(81) 할머니는 최근 경북을 휩쓴 대형 산불에 집을 잃었다.
할머니가 화마로 잃은 것은 집 한 채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이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염소와 닭을 키우던 할머니는 불쌍해 보이는 동물을 보면 사 오거나 데려와 자식처럼 정성껏 보살폈다.
급속도로 번진 이번 화재 때 할머니는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동물들이 있는 축사의 문이라도 열어주려고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본인도 화상을 입고 말았다.
현재 친척 집에 머무는 할머니는 매일 타버린 집을 찾아가 살아남은 고양이 20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더 이상 먹이를 구하지 못해 동물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혜경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대표는 "김모 할머니가 동물을 대피시키려다가 화상을 입어 입원까지 하게 됐다"며 "남은 고양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사료 200㎏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산불 현장을 다니다 보면 가족처럼 돌봐온 동물들이 걱정돼 작은 사료 봉지를 들고 잿더미가 된 마을을 헤매는 어르신들이 곳곳에 보인다"고 전했다.
사료 먹는 길고양이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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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을 휩쓴 대형 산불이 진화된 지 10여 일이 지난 지금도 살아남은 동물을 보호하려는 지역 주민과 동물 단체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경북 의성의 한 대피소에 머무는 어르신들은 평소 동네에서 돌보던 고양이 등 동물들에게 사료를 직접 주고 있다.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살아남은 동물들의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규정상 재난 대피소에는 동물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
동물단체도 재난 지역을 찾아 다니며 급식소를 설치하고 '생존 밥차'를 운영해 동물들이 자유롭게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화상이나 골절상을 입는 등 다친 동물들은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도록 했다.
동물 사료 업체가 사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박혜경 대표는 "화마가 휩쓸고 간 마을에는 동물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며 "재난 상황에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함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반려동물 동반 대피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단체가 기부한 사료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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