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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번에 등재된 4.3 기록물에는 당시의 참상을 세상에 알린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도 포함됐습니다.

국가가 민간인을 학살한 비극의 역사를 극복하는 길, 문학은 그 길이 비극을 직시하는 데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다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948년 12월 10일, 마을에 들이닥친 군인과 경찰이 주민을 불러 모았습니다.

일곱 살이었던 할머니는 아직 그날이 생생합니다.

[김용렬/제주 4·3 피해자]
"저 나무 위에 끈 매달아서 팍팍 당겨. 이렇게 옷 다 벗겨놓고. 그것도 그 나무에 칼 같은 거, 찌르는 거 '철창' 이런 걸로 콱하고 찌르고. 너무 무서워."

폭도를 진압한다며 시작된 학살은 무고한 민간인 3만 명이 죽어서야 끝났습니다.

대학살에 아이들을 잃고 겨우 살아남았지만 30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순이 삼촌의 이야기.

[〈순이 삼촌(1978년 작), 현기영〉]
"그 죽음은 한 달 전에 죽음이 아니라 이미 30년 전에 해묵은 죽음이었다. 당신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제주에 뿌리를 둔 작가 현기영에게 4.3을 글로 옮기는 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현기영/작가]
"제주도 온 도민이 앓고 있는 트라우마가 4·3이고‥그들(피해자들이)이 내게 전하면서 흘렸던 눈물… 나도 울면서 쓰는 거예요, 울면서."

박정희 독재 정권은 작가를 보안사로 끌고 가 고문하고, 소설을 금서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금기를 깨고 국가의 폭력을 고발한 글은, 진상 규명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70여 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는 유족들의 아픔.

[4·3 수형인 유가족 (2022년, 제주지법 재심 법정)]
"애기들이 죄 있습니까? 그 어린 것들 다 죽고요. 죄 많은 동생하고 나만 남았어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얼마나 좋았습니까."

<순이 삼촌>에서 반세기가 지나 4.3의 아픔을 마주한 한강 작가는 아직 그 일을 '사건'이라 부르는 사회에 '학살'이었다고 일깨웠습니다.

[한강/작가 (2021년, 유튜브 'YES24')]
"제주 민간인 학살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걸 제대로 좀 들여다봐야 된다고 생각이 돼요."

그리고 무심히 흐르는 시간에도, 4.3의 아픔과 결코 작별할 수 없는 사람들을 문학은 이렇게 위로합니다.

[한강/작가 (2024년 12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
"사랑하는 사람의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 장례를 치르고자 싸워온 사람. 작별하지 않는 사람…"

MBC뉴스 문다영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 영상편집: 김정은 / 영상제공: 제주4.3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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