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수십 년 동안 미국은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 친구와 적국 모두에게 약탈당하고, 강탈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밝힌 명분이다. 하지만 정작 미국 내에선 ‘무역적자야말로 부(富)의 상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래리 해리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재무학 교수는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무역적자는 부의 신호(The Trade Deficit Is a Sign of Wealth)’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래리 해리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재무학 교수. 사진 USC
해리스 교수는 칼럼을 통해 “무역적자는 단지 외국이 미국을 위해 일하는 비중이, 미국이 그들을 위해 일하는 비중보다 크다는 것”이라며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누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역적자는 외국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미국이 대가를 지불하면서 발생하는 것일 뿐이라는 의미다.

특히 해리스 교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기능하는 데서 비롯된 구조적인 결과로 설명했다. 국제 교역에서 기축통화국은 전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므로 무역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고율의 관세로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해리스 교수는 “외국에선 미국 달러를 원하지만,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달러를 국제 거래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달러는 세계 무역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통화이자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외국인은 자신이 보유한 달러로 미국 주식과 채권을 사고, 이는 미국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주며, 미국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며 “지속적인 미래 투자야말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어 온 핵심이다. 외국인들이 자본을 공급함으로써 미국의 성장 기반을 강화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트럼프 관세 정책은 오히려 미국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해리스 교수는 경고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가 성공한다면, 미국인들은 외국인들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이 일하게 될 것”이라며 “관세 정책은 미국인을 가난하게 만들고, 미국 기업들의 미래 투자를 위한 자본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로 계속 남는 것”이라며 “관세는 세계가 미국에 의존하는 정도를 줄일 것이며, 이는 결국 우리를 더 가난하고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355 광명 붕괴사고 실종자 이틀째 수색…구조견 7마리·중장비 투입 랭크뉴스 2025.04.12
47354 ‘광명 공사장 붕괴’ 밤샘 수색 끝에 1명 구조…1명은 실종 랭크뉴스 2025.04.12
47353 "우황청심환 상표 모델 소나무"…'올해의 나무' 10그루 사연 보니 랭크뉴스 2025.04.12
47352 [속보] 트럼프 “일부 예외 있을 수 있지만, 상호관세 10%가 하한선” 랭크뉴스 2025.04.12
47351 비 와서 꽃구경 못 가 시무룩한가요…다음주 여기 어때요 랭크뉴스 2025.04.12
47350 “대통령실 옮긴다” 소문에...‘세종’ 부동산 들썩 랭크뉴스 2025.04.12
47349 흔들리는 반도체 ‘최강자’ 위용...위기의 삼성전자 랭크뉴스 2025.04.12
47348 광명 붕괴사고 현장서 20대 노동자 13시간 만에 극적 구조 랭크뉴스 2025.04.12
47347 “생고기를 저렇게 옮기면 안 되죠”…백종원, 또 식품위생 논란 [잇슈#태그] 랭크뉴스 2025.04.12
47346 尹 자택 앞에서 "윤 어게인" 연호한 지지자들… 곳곳에선 고성 오가며 실랑이도 랭크뉴스 2025.04.12
47345 국힘이 한덕수를 부른다…온건보수 결집 가능성에 민주 ‘경계’ 랭크뉴스 2025.04.12
47344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밤샘 수색…1명 구조·1명 실종 랭크뉴스 2025.04.12
47343 윤석열 전 대통령과 포옹한 ‘과잠’ 대학생···“대통령실 요청받아” 랭크뉴스 2025.04.12
47342 강풍 동반한 요란한 비…강원산지 등엔 '4월 중순 눈' 랭크뉴스 2025.04.12
47341 "목적지요? 승무원도 몰라요"…4분 만에 완판 '미스터리 항공권' 뭐길래? 랭크뉴스 2025.04.12
47340 이민자의 집밥, 그 뿌리는 어디일까···흔적 찾아 떠나는 여행[오마주] 랭크뉴스 2025.04.12
47339 한 달 뒤 러시아 전승절…모스크바에 김정은 나타날까 [뒷北뉴스] 랭크뉴스 2025.04.12
47338 이재명 "국가의 부는 기업이 창출한다"…新산업정책 예고 랭크뉴스 2025.04.12
47337 책과 '자만추' 해보셨나요... 오프라인 서점 여는 '예스24' [활자예찬] 랭크뉴스 2025.04.12
47336 급변하는 동북아…퍼즐을 맞춰봤다 [창+] 랭크뉴스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