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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형무소에 갇힌 수형인이 가족에게 보낸 엽서.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반세기 동안 숨겨야만 했던 아픈 역사였습니다. 남로당 무장대와 군경 토벌대의 총칼을 피해 주민들은 밤낮 도망 다니며 산으로, 동굴로 몸을 숨겼습니다. 살던 집과 마을이 불타고, 가족들은 '빨갱이'로 몰려 영문도 모른 채 군경에 끌려가 죽임당했습니다. 형무소에 갇힌 가족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행방불명인이 됐습니다.

6·25 전쟁이 터지자, 젊은이들은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습니다.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빨갱이 자식'이라는 주홍 글씨에 신원조회 과정에서 취업 문도 번번이 막혔습니다. 4·3 광풍 속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이들은 친척 호적에 이름이 올라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한 채 아흔 가까운 백발의 노인이 됐습니다.

수십 년간 말하지 못했던 아픈 역사는 이제 인류가 보호하고 공유하는 '세계의 기억'이 됐습니다.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 "진실 밝히고 사회 화해…지역사회 민주주의 실천 성과"

유네스코는 프랑스 현지 시각으로 10일 밤 11시 5분쯤, 한국 시각으로는 오늘(11일) 오전 6시 5분쯤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4·3기록물에 대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2025년 4월 10일 KBS 뉴스7제주

이번에 등재된 기록물은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 등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역사적 기록 1만 4천여 건입니다.

국제자문위원회는 제주4·3기록물에 대해 "국가 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며 "화해와 상생을 향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 추진 7년 만에 '세계기록유산'…유네스코 5관왕 대기록도

이번 등재로 제주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이어 세계기록유산까지 보유하게 돼 '유네스코 5관왕'을 달성했습니다.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지난 2018년 추진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결실을 보았습니다. 당초 해당 안건은 오는 14일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등재심사소위원회와 국제자문위원회의 등재 권고를 받아 무(無)토의 안건으로 순서가 앞당겨졌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4·3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을 이뤄낸 제주도민의 역사적 여정이 세계의 유산이 된 뜻깊은 순간"이라며 "이번 등재를 계기로 제주4·3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전 세계와 함께 나누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는 등재를 기념하는 '제주4·3 아카이브: 진실과 화해' 특별전이 오는 15일까지 열리며, 제주도는 앞으로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관련 전시, 학술 행사 등 다양한 기념 사업을 국내외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2025년 4월 10일 KBS 뉴스7제주

그래픽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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