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가 자신을 파면한 것에 대해 “둔기로 얻어맞은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최근 그를 만난 친윤석열계 인사들은 윤 전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결론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은) 4월4일날 탄핵이 인용될 줄은 전혀 생각을 못 하고 계셨다. 그래서 그 소식을 듣자마자 ‘둔기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그러셨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얼핏 바로 생각나는 게 국가와 국민이라고 그러시더라”라며 “전한길 선생 표현에 의하면 (윤 전 대통령이) ‘뭐 나야 감옥 가도 죽어도 좋지만 우리 국민은 어떡하냐, 청년 세대는 어떡하냐’하는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선고 결과에 대해 당연히 기각이나 각하가 된다고 믿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심판 최후변론 이후) 4월4일(선고)까지 무려 38일이나 걸렸다. 결론 안 내고 다른 식으로 가다가 결국에는 여러 외압과 정치적 편향에 의해서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난 거 아닌가”라며 헌재 결정이 정치적 이유로 중간에 바뀌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지사도 지난 9일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며 윤 전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기각 정도를 대통령께서도 생각하신 것 같다”며 “제가 만나 뵈니까 ‘갑자기 바뀌었다’ 이렇게 아쉬움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할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믿은 사람들이 배신을 했다, 이런 것 같다”며 “본인이 국가를 위해서 충성을 한 행위들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찾아뵙고 ‘저도 출마를 하게 됐다. 그 대신에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하니까 (윤 전 대통령이) ‘잘하셨다. 꼭 당선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5개를 모두 인정했고,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