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에게도 “정치적 중립 의지 있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 지명에 대해 “(대통령)선거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금 걱정된다”고 11일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선거를 관리에 책임을 갖고 계신 권한대행께서 일정한 정치적 방향성을 보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은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남용했으며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안가 모임’으로 수사받은 이 처장 지명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그동안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전까지 중립을 지킨다는 모습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에 무관심하게 보이셨던 권한대행께서 헌재 결정이 끝나자마자 바로 후임 헌법재판관들을 지명하지 않았나”라며 “또다시 논란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과 내란 속에서 무풍지대인 기관이 하나 있다”며 대선 기간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한) 제 진술의 무력화를 위해 국가 최고 보안시설인 국정원 CC(폐쇄회로)TV를 전격 공개했다. 언론이나 (국회)정보위에 공개한 것이 아니라 특정 정당에 제공했다”며 “국정원장께서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정 의지를 갖고 계신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홍 전 차장의 비상계엄 당시 행적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정원에서 제공받았다며 공개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이 국회 국조특위 위증 혐의와 CCTV 영상 공개 관련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황과 관련해 “지금 대통령이 파면돼있고 본인(조 원장)이 이렇게 어려운 상태에서 60일 후 선거가 있다고 하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또 “김건희 여사께서 명태균에게 ‘이 사람 국회의원 만들어주면 장관 주겠다’고 했던 그분도 지금 국정원에 계시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현직 검사 신분으로 창원의창 지역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를 시도하다가 무산된 뒤 국정원장 법률특보로 임명돼 재직 중인 김상민 검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차장은 “과거 국정원이나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의 정치 개입은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게 아니다. 수십 명이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국정원의 정보 재산을 한 줌의 몇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이번에 국정원과 올바른 국정원의 후배들이 반드시 국정원의 정치 중립의 전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국회 청문회와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공작”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홍 전 차장 발언이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