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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자영업하는 부모 가게 홍보하는 '랜선효도' 릴레이
'효도 지도'도 만들어져…"신상정보 유출에도 용기 내"
성동구청장도 동참…"오죽하면 부모님 가게 알리려 나섰을까"


[송모씨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부모님이 하시는 식당입니다. 불경기라 주문이 너무 안 들어와요. 양 많고 맛있습니다."(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me***')

"장군 같은 우리 엄마가 코로나19 때보다 장사가 더 어렵다고 우울해하셔서 랜선효도에 참전합니다."(X 이용자 'Ce***)

"저도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장사가 요즘 안돼서 부모님이 너무 슬퍼하세요."(엑스 이용자 'Ho***')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를 중심으로 자영업 하는 부모의 가게를 소개하는 '랜선효도'가 확산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힘들어하는 부모를 보다 못한 자녀들이 'SNS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경기침체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실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랜선효도 움직임을 이끈 원 게시글은 지난 10일 기준 약 1억7천회 조회되고, 약 4만1천회 재게시(리트윗)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엑스 이용자들은 지도 앱을 이용한 '랜선효도 지도', '효도 가게 모음집' 엑셀 파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자발적으로 홍보 활동에 동참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X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게시되는 가게는 음식점부터 카페, 베이커리, 안경점, 한복집, 꽃집, 미용실, 요양원, 부동산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모(25) 씨도 최근 부모님이 전주에서 운영하는 돈가스집을 SNS에 홍보했다.

송씨는 지난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말에 부모님 가게에 내려가 봤는데 토요일 점심인데도 손님이 없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동네 단골손님 한 분이라도 생길까 싶어서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씨 부모님의 가게는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영이 악화해 한차례 문을 닫은 바 있다. 이후 재정비를 거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가게가 또다시 문 닫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송씨는 "부모님 가게 위치를 공개해야 하다 보니 온라인에 제 신상정보가 유출될 수밖에 없어 아주 조심스러웠다"며 "그런데도 용기 내 글을 올린 것은 딱 생계를 유지할 정도만이라도 부모님 가게에 손님이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특색 있는 메뉴 소개와 부모님을 향한 마음이 듬뿍 담긴 송씨의 게시글은 약 7천회 재게시되며 생각지도 못한 큰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 인근에 거주하는 할머니까지 가게 업무를 도와야 할 만큼 손님이 늘었고, 가게 매출도 한결 개선됐다고 한다.

"손님이 많아서 행복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며 고마워하는 아버지에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더 행복하다'고 말해드렸죠."

'랜선효도' 가게들을 정리한 엑셀파일
[효도 홍보 모음집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부모님이 온라인으로 이불 가게를 한다고 밝힌 박시영(21) 씨도 최근 랜선효도에 동참했다.

박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게 매출이 회복되지 않아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셨다. 방학마다 가던 여행도 최근에는 한 번도 못 갔다"며 "게시글을 올린 뒤로 온라인 유입 수가 많이 늘었다고 좋아하셨다. 아직 매출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박씨와 송씨에 따르면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가 아닌데도 이를 위장하거나, 소득이 매우 높은데도 랜선효도를 내세워 홍보 효과를 누리려는 이들이 간혹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SNS를 통해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 수 있고, 아직 우리 사회에도 따뜻한 구석이 남아있다고 느꼈다"며 "내수경제가 회복돼 얼른 부모님의 가게 형편도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랜선효도 움직임에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동참했다.

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랜선효도를 일으킨 게시글 속 성동구 음식점을 방문했다는 인증글을 올리며 "제가 먼저 기미 하러 다녀왔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성동구에 위치한 다른 랜선효도 가게 4곳을 방문한 정 구청장은 "어려운 시기에 골목상권의 타격도 커지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염려스럽고 또 송구하기 그지없다"며 "오죽하면 자제분들께서 본인의 신상이 공개되는 일을 감수하고서라도 부모님의 가게를 알리려 나섰을지 그 마음을 짐작해보면 더욱 그렇다"고 남겼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SNS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590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600만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작년 1월과 비교하면 2만8천명이 감소한 것으로,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소상공인 폐업 시 주어지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각각 1만2천633건, 1만477건에 달한다. 통상 지급건수는 1월에 가장 많지만, 2월에도 1만건이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 자영업자 수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지난달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집계돼 최근 2개월 동안 20만 명 줄었다. [email protected] 202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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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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