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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산업 현장 노동력 부족에 여성 채용 늘어
우크라 경제장관 "남성 동원되면 여성도 동원되는 셈"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의 한 광산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에 사는 50대 라리사 프릴리파는 현재 유럽 최대 규모의 니코폴 센트라비스 제철소에서 강철 튜브 절단 작업을 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마트 계산원, 초등학교 교사 일을 했다.

전쟁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남자들은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나갔고 제철소에는 인력이 부족해졌다.

12시간 교대로 돌아가는 제철소 근무에 프릴리파는 잘 적응했다.

그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10일(현지시간)자에 "근무 준비를 위해선 30분 일찍 도착해야 하고 밖은 너무 위험해 제철소 안에서 식사해야 하지만 불평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릴리파는 "식사는 따뜻하고 정기적으로 휴식 시간도 있다. 집에서 공장까지 왕복하는 교통편도 제공된다"고 했다.

그러나 공장이 최전선에서 5㎞밖에 떨어지지 않아 위험한 순간도 맞아야 한다.

그는 "야간 근무 중엔 부서장이 지하실로 대피하라고 명령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지난 1월 말에도 몇 시간 동안 대피소에 머물렀는데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해 아이들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 시간 뒤 밖으로 나왔을 때 러시아 미사일이 실험실 창문을 날려 버린 장면을 목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프릴리파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노동 시장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우크라이나 경제부에 따르면 전쟁 전 노동 인구가 약 900만명으로 추산됐으나 전쟁으로 약 500만명이 나라를 떠났고 100만명은 군에서 복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군인 포스터 앞을 지나는 시민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업에선 대체 노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여겨져 남성이 주로 맡아 온 일자리, 즉 석탄 채굴이나 트랙터·트럭 운전, 중장비 기계 조작 등에 여성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산업 중심지인 석탄 광산에도 여성이 상당수 유입됐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의 한 광산 수석 엔지니어인 빅토르 쿠즈네초우는 2022년 이후 100명 이상의 여성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전쟁 전만 해도 구소련 시절부터 내려온 법에 따라 여성은 지하에서 일하는 게 금지됐지만 이 제한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해제됐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인 DTEK도 기존 2만명의 광부 중 약 3천명이 전투에 투입돼 400명의 여성을 지하 작업에 투입해야 했다. 이들은 주로 기계 운전이나 물류 관리 등 보조 업무를 맡고 있긴 하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 장관은 AP 통신에 "우크라이나 여성은 남성들이 전선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남성이 동원되면 여성도 동원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경제 장관을 맡은 최초의 여성인 스비리덴코 장관은 전략적 산업에 여성의 진출을 강력히 밀어붙인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전엔 여성이 주로 교육, 보건, 사회보장, 공무원 분야에서 일을 했다면 이제는 산업 분야, 특히 국방 관련 분야에서도 여성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9세인 안나 올호바도 트랙터 운전대를 잡았다.

올호바는 "키가 1.5m밖에 안 돼서 바퀴를 갈거나 큰 볼트를 조일 때 힘들긴 하지만 나머지 일은 꽤 잘한다"며 "이 일이 괜찮은 월급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도 트랙터 운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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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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