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차장 등 권한행사 중지 청원의 건' 연판장 입수
"이벤트 동원, 전문경호조직 자부심 땅에 떨어져"
"경호처 명운 중차대한 시기 수뇌부 편향된 시각"
"이벤트 동원, 전문경호조직 자부심 땅에 떨어져"
"경호처 명운 중차대한 시기 수뇌부 편향된 시각"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3월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곁에서 김성훈 경호차장이 밀착 경호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행)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8일부터 받기 시작한 연서명엔 일선 경호관뿐 아니라 중간 간부(과·부장급)의 70% 가까이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호처 창설 이후 62년 만의 벌어진 최초의 연판장 사태가 수뇌부에 대한 집단 반발로 규정되는 모양새다.
10일 한국일보는 연판장 내용 전문을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연판장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비판과 경호처 정상화에 대한 갈망이 조목조목 담겼다. 연판장 서명엔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에서 근무하는 경호관, 중간 간부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자택에서 근무하는 전직부(전직 대통령 경호부) 직원들까지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판장은 ①'경호처가 사조직화되고 있다'는 우려로 시작된다. 경호관들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부적절한 언론 인터뷰와 사생활 등을 통해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직권남용 등 갖은 불법행위를 자행해 조직을 위태롭게 했고,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증거 인멸 교사로 수사 대상이 됐다"고 직격했다.
실제 올해 1월 3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 전 경호처는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수 없고 막을 시 공무집행 방해 시비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 법률 검토를 마쳤다. 그러나 김 차장 등은 집행 당일 경호관들을 동원해 관저 내 '인간방패'를 구축해 수사기관의 진입을 저지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1월 15일) 때도 김 차장 등은 재차 수사기관을 막으라고 지시했지만 경호관들이 따르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이 체포될 수 있었다. 또한 김 차장이 1월 언론 인터뷰에서 "경호처는 사병 집단이 맞고 오로지 대통령만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정부기관"이라고 말한 것도 경호관들의 분노를 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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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대환(붉은 점선 안) 부장검사와 수사관들이 1월 3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검문소에 진입하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력이 수사관들을 둘러싸며 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뉴스1
②경호처장직을 대행하고 있는 김 차장 등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경호관들은 "김 차장은 인사 전횡과 각종 사업 및 계약 업무 간 위법행위와 직장 내 갑질 등 혐의 및 의혹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진입을 막으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직원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 등에 대해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경호처 직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설치된 '생각우체통'에 윤 전 대통령 생일 헌정곡 제작 등 김 차장 관련 행위가 80% 이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경호처는 관례적으로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 통보가 이뤄지면 직위를 해제했는데, 책임자인 김 차장 등은 1월 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기관 통보를 받고도 예외적으로 3개월 넘게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③
연판장에는 경호처의 자정과 정상화에 바람도 담겼다
. 경호관들은 "지금의 경호처는 사병집단이란 조롱 섞인 오명과 함께 조직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며 "경호처 명운이 결정될 중차대한 시기에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기본적인 정치적 중립 의무마저 저버린 편향된 시각과 행태는 조직 개혁의 원동력을 잃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호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지지를 받고, 김용현 전 처장의 총애를 받는 김 차장이 경호처를 분열시켰다"며 "전 대통령 부부를 위한 각종 이벤트에 동원되면서 '전문경호조직'이라는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다"고 씁쓸해했다.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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