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임기 내내 비판적 언론을 적대시했던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을 감행했다가 결국 파면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쫓겨난 대통령의 폐단을 답습하며 정치적 갈등을 키우고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는 장관급 고위공직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인데요.
이러한 고위공직자의 존재가 왜 단순한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지, 이용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 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SNS에 짧은 글 한 줄을 올렸습니다.
'역사에 죄송한 날'.
누가, 왜 죄송한 것인진 모호합니다.
다만 밑에 달린 70여 개의 댓글들은 이 위원장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듯 헌법재판소와 민주당, 언론을 비난합니다.
고도의 중립성을 요구받는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편향된 정치적 발언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과 교감한 겁니다.
이같은 이 위원장의 일탈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에도 그는 극우 세력의 눈에 들려고 애썼습니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 (작년 9월 10일)]
"<별명이 일단 어떠신지 '보수 여전사'.> '보수의 여전사' 참 감사한 말씀이고요. 가짜 좌파들하고는 우리가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 (작년 9월 20일)]
"<자유 우파 국민이 부여한 자랑스러운 간판입니다. 자, 보수 여전사! 이진숙!> 감사합니다."
어지간한 여당 의원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야당과 비판 언론, 노동조합을 헐뜯었습니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 (지난달 5일, 국회 현안질의)]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라고 이야기한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유포범 또는 대북 불법송금범 이렇게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 (작년 10월 7일, 국회 국정감사)]
"(MBC가) 편파적인 보도를 하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민노총 방송사' 또는 '민주당 방송사'로 불리고 있다고…"
과거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꼬리표를 달고 중립성을 의심받았던 전임 위원장들조차, 적어도 말로는 상대를 존중했습니다.
[최시중/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2008년 3월, 국회 인사청문회)]
"저는 만약 위원장에 임명된다면 아마 야당의 기능, 야당의 임무를 수행하는 일꾼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이경재/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2013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
"특히 야당 위원님들께서 많은 투쟁을 잘해 주셔서 상당히 방송 공공성에 관한 부분을 확보해 주신 것은 저 개인적으로는 높이 평가를 드립니다."
이진숙 위원장은 사법부도 안중에 없습니다.
방통위의 위법적인 '2인 의결'이 법원에서 잇따라 철퇴를 맞았지만, 자신이 '사랑한다'는 후배를 공영방송 사장에 임명하고,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를 강행합니다.
소송이 불 보듯 뻔한데도 고집을 꺾지 않고, 패소하면 혈세를 쌈짓돈 삼아 2심, 3심까지 법정 다툼을 끌고 갑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이 위원장은 지난 2019년 '1호 인재'로 자유한국당에 들어갔고, 3년 뒤 지방선거에선 대구광역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지금도 지역 정가에선 그가 재도전할 거란 하마평이 상당한 걸로 전해집니다.
누구나 정치에 뜻을 둘 순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부의 주요 기관장으로서 삼권분립의 다른 축인 국회와 법원을 무시하다시피 하는 공직자라면 어떨까요.
대통령 파면 못지않은 우리 정치사의 불행입니다.
MBC뉴스 이용주입니다.
영상편집: 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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