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파면 국면을 지나오는 동안, 이들이 차기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한 권한대행에게 직접 출마를 요청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한 핵심 의원은 10일 한겨레에 “한 권한대행에게 최근 ‘대선에 이기기 위해 한 권한대행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출마를 고사했다”고 한다. 앞서 윤상현 의원도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로 한 권한대행을 찾아가 출마를 권한 바 있다. 박수영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권한대행을 비교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민주당 등이 한 권한대행을 ‘내란 공범’으로 지목하고 있는데도,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그를 ‘구원 투수’로 호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이 확고한 불출마 뜻을 밝히지 않는 상황도 한덕수 차출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밤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이냐’고 물었고, 한 권한대행이 “고민 중”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익명의 ‘소식통’ 발로 보도된 이후, 국민의힘 안에선 한 권한대행 차출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무총리실 쪽에선 해당 보도에 대해 “정상 간 통화고 외교적 사안이라 별도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오보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덕수 차출론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영남의 한 비윤계 중진 의원은 “한 권한대행은 경제 전문가고, 안정감도 있다. 물밑에서 한 대행을 설득하기 위해 의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특정 캠프에 들어간 의원들 말고 절반 넘는 의원들이 한 권한대행의 출마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이 나오면 경선 구도가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의원들은 한 권한대행을 향한 공개적인 출마 요구 등은 삼가는 분위기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대선 주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의 한 재선 의원은 “이번주까지 (한 권한대행) 출마를 계속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