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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뉴욕증시에서 9조 달러(약 1경 3000조원)가 증발했다. 7일엔 “관세 유예 검토”라는 루머에 2조 4000억 달러(약 3500조원)가 불어났지만, “가짜뉴스”라는 말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불과 10여분만에 삼성전자(시총 약 330조원) 10개가 생겼다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 명령과 포고문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리고 9일 오후 1시 18분께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는 글 몇 줄을 불쑥 올리자 증시는 폭등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001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자 역대 두번째 상승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 몇줄이 지구 전체를 뒤흔든 셈이다.



SNS 번복 발표…발표 직전 "매수 좋은 시기"

시장은 치솟는 ‘붉은 기둥’으로 들떴지만,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는 관세 부과가 시작된지 불과 13시간 17분(0시 1분 발효)만에 이뤄졌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무역의 룰’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한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예고도 없이 SNS로 이를 번복한 통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전 9시 37분께 자신의 SNS에 ″지금이 매수하기에 좋은 시기!!! DJT(THIS IS A GREAT TIME TO BUY!!! DJT)″라는 한줄짜리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날 오후 1시 38분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부과하기 시작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는 글을 썼다. 트럼프 SNS 캡쳐

사실 예고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증시가 개장한 오전 9시 30분을 조금 지난 9시 37분 SNS에 “지금은 매수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 DJT”라는 한 줄짜리 글을 올렸다. DJ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니셜인 동시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의 종목 코드이기도 하다.

보는 시점에 따라 DJT 주식을 사라는 메시지로 읽을 여지가 있다. 특히 그가 적은 글(THIS IS A GREAT TIME TO BUY!!! DJT)의 목적어는 DJT가 유일하다. 그리고 이날 트럼프미디어는 21.67% 폭등했다. 트럼프미디어는 트루스소셜의 모기업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지분의 53%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이날 하루 4억 1500만 달러(약 6041억원) 불어났다.
신재민 기자



트럼프의 "가짜뉴스" 해명이 가짜뉴스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 법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대통령이 시장 조작에 가담했다는 비난에 노출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 조작에 개입하고 있다”며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현지시간 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가 주가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유예 발표 직후 기록적인 폭등장을 이어갔다. 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대통령의 책임은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보도 속에서 시장과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 백악관이 ‘가짜뉴스’를 근거로 반박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지난 7일 ‘루머 소동’ 당시 직접 “관세 유예 계획이 없다”며 해당 루머를 가짜뉴스라고 치부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적은 내용은 당시 루머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결과적으로 이틀 전의 루머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이 가짜뉴스였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USTR도 몰랐는데…"처음부터 트럼프의 전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요일이던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관세 유예 논의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최종 결정을 했다. SNS 글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작성됐고, 베센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배석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주식 시장이 폭등한 뒤에야 기자들 앞에 나타나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고, 이것(관세 유예)은 처음부터 트럼프의 전략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예 발표 시점을 상호관세 부과 이후인 이날 오후로 잡은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오른쪽 두번째)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공개됐던 시점, 관세 정책을 주관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하원 청문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의 모두 발언에는 관세 유예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그러다 오후 청문회 도중 SNS 발표가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이 그리어 대표에게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캐묻었다. 그는 “몇 분 전에 (백악관) 논의에서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을 (SNS를 통해) 알게됐다”고 답했다. “USTR대표가 논의에서 배제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청문회에 있지 않았느냐”고 했다.

방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8일 그리어 대표를 면담했지만, 고위당국자는 “USTR의 면담 과정에서도 관세 유예와 관련한 어떠한 징후는 포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주먹구구 관세…펭귄섬이 최악의 침해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운 관세는 처음부터 주먹구구로 설계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주원 기자

미국은 비관세 장벽 등을 감안해 상대국이 미국에 가하는 관세를 과학적으로 계산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무역적자액을 대미 수출 총액으로 단순히 나눈 백분율에 불과했다. 또 한국을 비롯한 17개 국가에 부과된 관세율은 수정과 재수정을 거쳐 재고지 됐다. 특히 펭귄만 사는 무인도를 비롯해 산호초 등도 ‘최악의 침해국’ 범주에 넣어 높은 관세를 부과한 사실이 드러나며 조롱을 받기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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