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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 AFP연합뉴스


전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트린 미국발 관세전쟁의 불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층 내로 옮겨붙었다. 반세계화·보호주의에 호응하는 전통적 지지층과, 감세 및 규제 완화에 이끌린 기술·자본 엘리트 지지층의 입장이 관세 폭탄 앞에서 엇갈린 것이다. 워크(Woke·진보 의제 통칭) 퇴출, 이민자 단속, 정부 축소 등 보수층 공감대가 넓은 의제에 가려졌던 갈등이 증시 폭락과 경기 침체 등 이해가 직결된 사안에서 분출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8일(현지시간) 나바로 고문을 향해 “벽돌 더미보다 멍청하다”고 맹비난했다. 나바로 고문을 향했지만, 실상은 나바로 고문이 주도·옹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겨눈 것이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후 두 사람은 연일 설전의 수위를 높여왔다.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이너서클에 들어온 세계 최고 부자와, 트럼프에게 충성하다 감옥까지 간 무역 보호론자의 다툼”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찬성” 전통 마가, “관세 반대” 어둠의 마가

국제정치학자 이안 브레머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갈등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균열로 해석했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 비도시 중산층을 대변하는 ‘전통 마가(딥 마가·Deep MAGA)’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엘리트, 월가의 고위 경영진으로 대표되는 ‘어둠의 마가(다크 마가·Dark MAGA)’가 대치 중이라는 것이다.

브레머가 발한 딥 마가는 그간 미국의 정치·경제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며, 기득권에 대한 불신이 높은 저소득층·노동계층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들이다. 딥 마가는 불공정한 세계 무역으로 미국 제조업이 쇠퇴했고 일자리 상실과 임금 저하를 겪어야 했다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 옹호론자의 주장에 호응하고 있다. 나바로 고문과 J D 밴스 부통령, 극우 논객 터커 칼슨 등이 포함된다.

딥 마가 평론가들은 관세 폭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술·자본 엘리트를 향한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대표적이다. 빅테크 엘리트들을 “부와 권력을 우선시하는 자기애적 세계주의자”로 규정했던 배넌은 “자본가들이 하려는 건 결국 미국에 값싼 계약 노동자를 들여오는 것”이라며 “미국인은 멍청해서도, 게을러서도 아닌, 미국 시민이라는 이유로 실리콘밸리에 못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검은색 마가 모자를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친트럼프 신진 세력으로 분류되는 다크 마가의 대표 인물은 머스크다. 다크 마가라는 표현도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썼던 모자에서 등장했다. 세계화의 혜택을 받은 자본가들, 자유무역과 감세, 작은 정부를 원하는 권력층이 다크 마가로 통칭된다.

이들 중 다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후 주가 하락으로 큰 피해를 봤다. 머스크 필두로 헤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과 스탠리 드러켄밀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등이 관세 정책 비판의 전면에 섰다. 폴리티코는 “무역 전쟁으로 자신의 주식이 줄어든 이들에게, 진영의 틈이 점차 균열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거 승리 이끈 마가 연맹, 이익 앞에서 균열

마가로 한 데 묶였던 저소득 백인 노동 계층과 기술·자본 엘리트의 연합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은 딥 마가의 손을 들었지만, 이같은 결정을 지속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전방위 관세 폭탄이 국내 제조업 강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노동 계층 피해의 책임을 해외 국가에 전가하면서도, 정작 미국 내 고소득층 감세 철회나 규제 강화 등 재분배 정책과는 거리를 두는 것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다.

브레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서민을 위하려 했다면, 국세청(IRS)을 약화하지 않고 고소득층 부자의 세무조사를 철저히 했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히 이익에 기반해 움직이므로 다크 마가의 요구를 계속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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