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 간 첫 직접 소통이 이뤄졌다. 상호관세를 논의하는 양자 협상의 막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상호관세 발효에 코스피는 2,300선을 내 줬고 원·달러 환율은 16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남들보다 대미 수출 장벽을 낮출 기회를 먼저 잡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억지에 끌려다니다 불공정한 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일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28분간 통화는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속 닫혀 있던 한미 정상 간 채널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 핵보유국 인정 △상호관세 25% 부과 등 폭탄 발언과 충격이 쏟아졌지만, 대행 체제의 한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트럼프의 진의를 간접적으로 ‘추측’해야만 했다. 일단 정상 간 소통이 이뤄진 만큼 본격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과 ‘한국이 줄 수 있는 것’을 놓고 구체적 거래가 가능해졌다. 백악관이 “동맹이자 교역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을 (협상에서) 우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겠다는 생각에서 ‘퍼주기 협상’을 하거나 수동적으로 끌려다녀선 곤란하다. 한 대행은 한 인터뷰에서 "중국·일본과 협력해 미국 관세에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강경 대응을 아예 배제하는 게 협상 전략으로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는 게 더 유리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 대행과의 통화에서도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과 관세를 연동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한미가 지난해 10월 체결한 방위비 분담금 협정(2026~2030년)을 6개월 만에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국가 간 협정을 손바닥 뒤집듯 무시하는 트럼프의 행태엔 강력 항의하는 게 마땅하다. 협정 재개정의 부당성을 설득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을 겨냥해 언급한 사업 역시 국익을 극대화하는 원칙을 지키며 협상에 응하는 게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