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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발효]
◆ 메모리값 올린 마이크론
대부분 반도체 모듈·SSD로 판매
사실상 모든 메모리 관세 영향권
제조장비·소재 공급망 전반 타격
AI 데이터센터 시장까지 얼어붙어

[서울경제]

반도체는 이달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제외 대상 품목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 발표한다’고 했지만 반도체 대부분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어 자국에 불리한 ‘악수(惡手)’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마이크론이 제품값에 관세를 반영하며 관세 부과→가격 상승→수요 감소→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9일 외신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관세를 이유로 이날부터 제품값을 올리며 저장용 메모리가 관세 부과 대상이라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 반도체 자체인 칩셋은 여전히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후공정 작업인 패키징을 통해 인쇄회로기판(PCB)을 붙여 부품이 아닌 완제품 형태가 되면 관세가 부과된다. 메모리반도체는 칩셋만 거래되는 사례가 드물다.

마이크론은 물론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모두 D램 반도체 모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저장용 제품을 PC나 데이터센터용 서버로 판매하는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40%, 많게는 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메모리 전반이 관세 영향권에 편입된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를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을 때 칩셋만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 업계 모두가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이 간접적으로 알려준 모양이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미국에서도 일부 메모리를 생산하지만 중국과 대만·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에서 메모리칩을 만든다. 특히 메모리를 모듈화해 완성하는 패키징 공정은 대부분 미국 밖에서 이뤄진다. 공격적 시장 공략을 위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싱가포르와 일본에 추가 패키징 공장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패키징 공정 상당수를 베트남에서 진행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은 인건비와 효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남아 등 글로벌 각지의 외주기업(OSAT)이 맡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힘써왔던 미국 반도체 업체들도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전했다.

사진제공=마이크론


상호관세 영향은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 장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를 주로 만드는 일본(24%)과 싱가포르(18.8%), 말레이시아(24%), 대만(32%) 등은 모두 고율의 상호관세가 확정됐다. 반도체 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도 유럽연합(EU)에 부과된 20% 관세에 따라 구매 가격이 뛰어오른다.

이와 함께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 신에츠화학공업, 독일 실트로닉,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한국 SK실트론 등이 만들고 노광 과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세정에 쓰이는 불산 등도 미국 외 지역에 기업들이 분포해 있다. 메모리의 경우 미국 외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지만 삼성전자와 인텔 등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상당수는 미국에 자리잡는다는 점에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이 관세발 원가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실트론의 반도체 웨이퍼. 사진제공=SK실트론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가전·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각종 완제품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공급망 불안에 따른 반도체값 상승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가격 상승에 따른 정보기술(IT) 소비 둔화와 반도체 주문 축소를 고려하면 영향의 정도를 짐작할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제조 회사가 관세를 구매 가격에 전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기업 이익률 감소로 이어져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업계는 짚었다.

미국 관세발 경기 침체 우려는 한껏 달아오른 인공지능(AI) 시장마저 얼어붙게 할 수 있어 예사롭지 않다. 디인포메이션은 IT 컨설팅 그룹 어퍼에지를 인용해 “예산 압박에 시달리던 대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세일즈포스·SAP·오라클 등 AI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 논의를 중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인다는 얘기인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쪼그라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세계적 상호관세의 심각성을 인지해 정상화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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