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지난 8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정작 7개월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임명을 제청한 검사는 아직도 임명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는 반년가량 검사 정원 25명 중 11명이 비어있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해 9월 신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의 임명제청안을 대통령실에 보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인사위는 검사를 추천(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은 이를 임명할 수 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임명을 미루던 중 12·3 비상계엄사태가 발생했고 윤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대에 오르면서 임명권은 한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공수처 인사위가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을 추가로 임명제청을 해 권한대행의 임명을 기다리는 검사는 총 7명으로 늘었다. 공수처는 한 권한대행이 공수처 검사 면직권을 행사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임명권도 갖고 있다고 본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당시 송창진 수사2부장검사 면직을 재가했다.
정작 한 권한대행은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난 8일 지명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려 나서면서 당장 논란이 일었다. 앞으로 60일 안에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지명권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26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나라가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전념하되,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회 몫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했다. 여기에 이완규 처장이 내란 방조와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이 없는 지명권 행사는 전광석화처럼 하면서 정작 임명 권한은 행사하지 않는 것은 위헌적이고 ‘청개구리식 권한 행사’”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히나 수사력 보강이 필요한 자리를 반년 넘게 공석으로 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이 권한 범위 밖의 지명권을 행사하면서 헌재와 대법관 임명권을 동시에 행사한 것을 비교해봐도 공수처 검사의 임명이 미뤄지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고, 권한대행의 의식적인 직무유기이자 방기”라고 말했다.
신규검사 7명이 당장 임명되더라도 공수처는 검사 정원 25명을 채우지 못한다. 반년 넘게 검사 자리 절반 정도를 비워두면서 공수처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계엄사태로 내란사건을 포함해 각종 고발사건이 공수처로 몰리면서 어려움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