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3E 제품 사진. 사진제공=SK하이닉스

[서울경제]

SK하이닉스(000660)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사업에서 경쟁사를 앞지르면서 매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36%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34%로 2위, 마이크론이 25%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점유율 1위를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D램 공급업체의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9.3%로 1위, SK하이닉스가 36.6%로 2위였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1.8%포인트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2%포인트 성장해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였는데 올해 들어 역전까지 한 것이다.

1위를 기록한 건 핵심 기술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70%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HBM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력인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후속 제품인 HBM4(6세대) 12단 제품도 지난달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샘플을 공급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 가운데 HBM 비중은 지난해 4분기 40%를 넘겼고 올해 절반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3E 제품의 퀄 테스트 통과가 1년 넘게 지연되면서 주도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가 2분기에도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발 관세 장벽에도 HBM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현재의 구도가 지속된다는 논리다.

황민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디렉터는 "단기적으로는 AI 수요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HBM 시장은 무역 충격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며 "HBM의 주요 적용처인 AI 서버는 '국경 없는' 제품군이기 때문에 무역 장벽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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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