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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기뻐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시점이 주요 이슈입니다. 대선 날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거든요. 오늘 점선면은 개헌 논쟁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점(사실들) : 대선과 개헌 동시에 하자고?

6월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쟁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시점을 두고 말이 많은데요,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선 투표날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환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도 입장차가 나타났어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개헌 이슈 중 권력구조 개편은 대선 후로 보류하자고 했고, 김동연 경기지사 등 다른 주자들은 동시투표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선(맥락들) : 공감하지만, 왜 하필 지금?

개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늘 있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 제10호’는 대통령 직선제와 헌법재판소 부활 등 민주주의와 관련된 여러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38년이 지난 만큼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장 많이 비판받는데요.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되면 인사권·예산권·감사권 등 막대한 권력을 갖는 ‘승자독식’ 구조 때문입니다. 대통령 자리를 둘러싸고 지나친 진영 갈등이 반복되고, 한번 대통령이 되면 민심을 외면한 채 독주해도 견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국정 방향이 완전히 뒤집히기도 하고요. 12·3 비상계엄 사태는 현 체제에서 대통령 한명의 의지가 국가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우 의장의 주장처럼 ‘대선-개헌 동시투표’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합니다. 대선까지 당장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개헌안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까지 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동시투표를 주장하는 쪽은 단계적 개헌을 하자고 말합니다. 헌법 내용은 크게 ‘권력구조’와 ‘기본권’으로 나뉘는데, 대통령 권력 분산 같은 ‘권력구조’ 개헌을 먼저 처리하고 ‘기본권’ 개헌은 차기 정부에서 하자는 겁니다. 누구든지 대통령이 된 뒤에는 권력 분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아예 대통령이 없을 때 권력구조 개헌을 못박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타이밍’에 딸린 논란거리는 또 있습니다. 개헌이라는 이슈가 대선 주요 의제로 등장하는 순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내란 관련 논의는 가려질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우 의장의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을 환영하고 나선 것도 ‘내란 책임론’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어요. 반대로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며 개헌을 대선 뒤로 미루자는 입장입니다. ‘4년 중임제’ 개헌에는 동의하지만 조기 대선 국면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겁니다.

면(관점들) : ‘여의도 고급 식당’ 말고 ‘광장’에서

️개헌은 너무 중요해서 정치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입니다. 각계각층의 토론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개헌론은 ‘정치적 카드’로 쓰이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국민의힘은 “개헌은 언제나 권력 독점을 원하는 정치인의 반대에 가로막혔다”며 이 대표를 압박하는데요.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극우 세력을 선동한 데 따른 반성은 온데간데없이 개헌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대표 역시 ‘대선 후 권력구조 개편에 동의한다’는 말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구체적인 일정·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개헌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장 두 달 안에 개헌안을 만들어내려면 ‘졸속’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무엇을 위해 하려는지, 어떻게 할지, 언제까지 할지 분명하게 공약해야 합니다. 개헌 시점을 법으로 확정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광장의 시민들이 요구한 평등과 인권, 민생 등 의제를 담아내기 위한 충분한 숙의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면 여의도의 고급 식당이 아니라 전국 곳곳의 ‘광장’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치인들끼리만 논의하는 개헌은 시민의 삶과 괴리된 ‘파워 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주 3회(월·수·금)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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