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이 확정됐다. 다만 편입 시점이 당초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늦춰지게 됐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당초 예정된 11월에서 내년 4월로 변경했다.
한국 국채는 2022년 9월 WGBI 편입 예비 후보인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이름을 올린 후 지난해 10월 하반기 정례 시장 분류 보고서에서 편입에 성공한 바 있다.
FTSE 러셀이 운영하는 지수인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연기금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핵심 지수다.
우리나라는 당초 올해 11월 WGBI에 편입돼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었다. 편입 시점은 미루졌지만 편입 완료 시기는 내년 11월로 동일하다. 내년 4월 편입이 시작되지만, 분기가 아닌 매달 편입 비중을 높여 계획된 시점에 편입을 마친다는 것이다.
편입이 연기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 편입 기대효과도 미뤄지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WGBI 편입으로 최소 560억 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WGBI 편입 연기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을 공식화하고 재원 조달 방법을 고민 중인 정부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2년째 계속된 대규모 ‘세수 펑크’로 적자성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편입 시기를 기술적으로 조정하게 된 것인데 그 이유는 투자자들한테 투자 실행하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에 처음 들어오기 때문에 테스트에 시간 많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어 반영한 것”이라며 “충분한 투자자들에게 준비 시간을 주고 제도를 도입하는 게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걸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기별 편입보다는 월별 편입이 자산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 구성하고 조정하는데 있어서 훨씬 더 용이하고 수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리뷰 시점에 따라서 편입 시점이나 기간 등이 변경된 사례는 한국만의 특별한 사례는 아니고 중국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일본 측에서 테스트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투자자 규모는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극에 달한 한국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정부 측은 FTSE 러셀 측이 정부에 제도 개선을 추가로 요청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장과의 소통, 확고한 개방 의지 등을 높이 평가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재환 기재부 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국채 시장 자체의 문제였다면 편입 시기 조정이 아닌 편입 완료 시점 연기 등 다른 옵션을 택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편입 시점 연기에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