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지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18일 퇴임을 앞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반발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대행의 사과 및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국정 수습에 매진해야 할 마당에 한 대행이 또 다른 국론 분열과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핵심 쟁점은 한 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 여부다. 한 대행 측은 헌법재판관 9인을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 3인씩 지명하는 것은 삼권분립 차원인 만큼,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한 대행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임명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권한대행 지위는 국민이 선출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대통령과는 엄연히 다르다.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가 한시적, 제한적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는 해석이 다수인 이유다.
한 대행은 앞서 '소극적 권한 행사'를 들어 국회 임명동의를 마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바 있다. 헌재의 위헌 판단이 나온 뒤에도 임명을 미뤄오다 대통령 궐위란 상황 변경을 들어 적극적 권한 행사로 급변한 것은 이율배반이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 대행이 지명한 이 법제처장은 민주당으로부터 내란 혐의로 고발당한 인사다. 윤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이 처장은 비상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회동을 한 당사자다.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한 대행은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했다. 오는 19일부터 헌재가 불능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일 테지만, 이날 발표한 마 후보자 임명으로도 막을 수 있다. 헌법재판관 9인 체제는 6·3 대선에서 선출될 차기 대통령 임명을 통해 완성하는 게 상식과 순리에 맞는다. 정당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무리한 임명이 오히려 헌재의 위상을 흔들 수도 있다. 지명 철회를 포함한 한 대행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