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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대선·개헌 동시투표 부정적 입장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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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에만 목매지 말고 국가 장래 멀리 보기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 대표는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통해 통째로 파괴한 헌정 질서를 국민의 힘으로 간신히 복구하는 중”이라며 “민주주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게 더 긴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내란 종식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정치 세력이 기대하는 것처럼 개헌 문제로 논점을 흐리고 내란을 덮으려는 시도는 하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동의가 없으면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이런 인식은 매우 유감스럽다.
무엇보다 개헌은 내란을 덮으려는 시도가 아니다. 우원식 의장은 비상계엄 당일 국회 담장을 넘어들어가 계엄 해제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한 인사다. 이런 사람이 왜 내란을 덮으려 하겠나. 지금 여러 개헌 모임엔 민주당 출신 인사가 수두룩하다. 개헌은 후진적 권력 시스템을 개선해 국가 발전을 도모하려는 초당적 대계(大計)이지 특정 정파의 정략이 아니다.
개헌 추진과 윤 전 대통령 측의 내란 혐의 규명이 배치되는 사안도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기 때문에 사법 당국의 수사는 훨씬 탄력을 받게 됐다. 머잖아 비상계엄의 전모가 낱낱이 공개되고,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은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개헌 논의가 방해로 작용할 여지는 손톱만큼도 없다.
이 대표는 또 개헌의 장애물로 국민투표법을 지적했다. 국민투표법에 사전투표 제도가 없어 대선과 동시 실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면 되는 문제다.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이달 중에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은 아직도 입만 열면 ‘내란 종식’을 얘기한다. 당 일각에선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몰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마치 민주당의 장기 집권이 내란 종식이란 뉘앙스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문에서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서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기능부전에 빠진 건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민주당도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조기 대선에만 목을 매지 말고 국가의 장래를 넓고 멀리 보길 바란다. 권력은 길어야 5년이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한다. 대통령의 비극을 정권마다 되풀이하는 한국 정치를 38년 전 낡은 헌법 체계에서 구출하고 분권형 권력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것이 진정한 내란 종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