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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파면 결정문 법조계 평가]
만장일치로 불법 계엄에 역사적 평가
헌법수호 기관으로서 역할 안 흔들려
양측에 '대화·타협' 주문 속 고민 흔적
'최장기 심리로 불신 자초' 한계 지적도
문형배(왼쪽 다섯 번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요지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헌법 정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만장일치 결론으로 불법계엄 정당화 여지를 차단한 것을 두고도 "헌법수호 역할을 확실히 했다"는 호평이 적지 않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과 국회 양측의 대결 정치를 지적한 대목에 대해선 "통합을 위해 고민하고 토론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만 심리 장기화로 국론 분열이 커진 점은 '옥에 티'로 꼽혔다.

불법계엄 이론 여지 없애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헌성에 대해 반박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가지 소추 사유(계엄 선포, 국회 군경 투입, 포고령 발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법조인 체포 지시)에 대해 전원일치로 위헌 판단이 나왔다"면서 "절차적 부분에서도 이견이 없었고, 보충의견도 모두 권고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 명이라도 기각이나 각하 의견이 나왔으면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헌법 수호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계엄령 선포 등 국가긴급권 남용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 목소리도 있었다. 헌재는 '경고성 계엄이었을 뿐'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중대한 위기 상황을 병력으로 극복하는 게 비상계엄의 본질"이라면서 "경고성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포고령 내용 등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려 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승이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긴급권 발동 요건을 벗어나 정치적 교착 극복을 이유로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장악하고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고 이후 통합 고민 담아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통치 기간 내내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정치권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국회에 대해선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 (불법계엄이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질책상 문구가 결정문에 포함된 것을 두고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을 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고민이 담긴 문구'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전 대통령에게는 유권자 의사가 반영된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국회를 무시했다고 지적했고, 국회에는 소수의견 경청 없이 숫자로 밀어붙이면 민주주의에 반하는 '다수의 폭거'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재판관들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 그리고 통합의 관점에서 헌법을 해석하려고 노력한 흔적"이라고 평가했다.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커질 수 있는 갈등을 염두에 두고 결정문을 작성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한쪽 진영에 쏠린 내용으로 선고할 경우 오히려 국민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문제를 두루 지적하면서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111일 만에 선고가 된 점에 대해선 아쉽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심리가 길어지면서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간 갈등이 부각되고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등 국론 분열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김선택 교수는 "선고가 지연되면서 4개월간 헌재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커진 건 뼈아픈 손실"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결정문에 두루 담았지만 정합성과 선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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