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년 4월 1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 중앙포토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하기 직전 친윤계 핵심 A 의원은 당선인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났다. 그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던 A는 의외의 미션을 받았다. “가서 한동훈을 만나 봐라. 나는 너무 가까워서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에 따르면 이렇게 “내가 친해서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인사 리스트에 올린 사람 중 윤 전 대통령이 주변에 평가를 맡긴 인물은 두 명이었다. 당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이상민 변호사. 그 둘은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낙점되면서 실세로 부상했다.

윤 전 대통령이 A에게 내린 또 다른 미션은 “서로 도움이 될 테니 한동훈과 잘 지내보라”였다. 대선판 한가운데서 이미 정권 창출의 경험을 해본 A에게 자신의 최측근과 교류를 하라는 건 무슨 의미였을까. A는 이렇게 해석했다. “대통령은 한동훈도 드라마를 만든다면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윤 전 대통령의 밑그림은 예상보다 빨리 등장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여권은 2023년 12월 국민의힘의 당권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혜성처럼 집권 여당의 당수로 등장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앞길은 꽃길보단 가시밭길에 가까웠다.

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김건희 여사 특검법 문제로 삐걱거리던 윤·한 관계는 마리 앙투아네트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전화를 받은 한 전 대표도 물러서지 않다가 결국 전화를 먼저 끊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총선 대패엔 ‘윤·한 갈등’도 작용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동훈 전 대표는 3개월 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해 60%가 넘는 득표율로 당권을 쟁취했다.

지난해 10월 2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당 대표가 되고서도 둘의 불편한 기류는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9월 한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전 대통령의 만찬 직전 의전 문제를 두고 벌어진 일은 둘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만찬 장소인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 참석자들이 집결했고, 윤 전 대통령이 곧 도착할 상황이었다.

▶이기정 의전비서관=“(대통령이 곧 도착하니) 영접하러 가시죠.”
▶한동훈 전 대표=“저는 영접 안 합니다.”
▶정진석 비서실장=“당 대표가 대통령 영접을 안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한 전 대표=“날 가르치려고 들지 마세요.”

결국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나서 설득하며 한 전 대표는 영접에 나섰지만, 이때 오간 얘기는 여러 입을 통해 퍼져 나갔다.

윤 전 대통령에게 파국을 안긴 12·3 비상계엄 때도 둘은 충돌했다. 계엄 당일 여권에서 가장 먼저 계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낸 정치인은 한 전 대표였다. 계엄 이튿날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 여권 핵심부가 모인 자리에선 한 전 대표는 “왜 저를 체포하라 하셨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16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비록 “집권당 대표가 어떻게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냐”는 반발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지만,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이후 그나마 보수의 정당성을 지켰다는 점에서 조기 대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젊은 대표가 (계엄 해제에 앞장서) 대단히 용감했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평가와 “배신자”(홍준표 대구시장)란 비난이 보수 진영 내부에 공존한다. 한 전 대표가 넘어야 할 대권 가도의 제1 관문은 이렇듯 확연히 갈리는 여론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보수 지지층을 규합하는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끝났지만, 윤·한 갈등의 최종 결말은 아직 열려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727 하나은행서 350억원 금융사고… “허위 대출 서류 제출” 랭크뉴스 2025.04.15
48726 “매출 60% 줄었다” “유튜버가 손님 얼굴 찍어”… 尹 돌아온 서초동, 시위로 몸살 랭크뉴스 2025.04.15
48725 “이 지시로 병력들 지켰다”…윤 형사재판 나온 군 지휘관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4.15
48724 미 재무 “한국과 다음주 협상…먼저 합의하면 유리” 압박 랭크뉴스 2025.04.15
48723 서울에 땅꺼짐 주범 '노후 하수관' 55%... 30%는 50년 넘은 '초고령' 랭크뉴스 2025.04.15
48722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추정 5명 숨진 채 발견... 경찰, 50대 용의자 검거 랭크뉴스 2025.04.15
48721 방언 터진 김문수 “박정희 땐 누가 죽진 않았잖아…광화문에 동상 세워야” 랭크뉴스 2025.04.15
48720 경찰, '남양주 초등생 뺑소니' 50대 남성 음주 운전 정황 포착 랭크뉴스 2025.04.15
48719 ‘관세 주도’ 미국 재무장관 “한국도 다음주 협상…이득은 타결순” 랭크뉴스 2025.04.15
48718 '불출석 패소' 권경애 "기사화했으니 각서 무효"‥유족 측 "조건 없었다" 랭크뉴스 2025.04.15
48717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추정 5명 살해 혐의 50대 검거 랭크뉴스 2025.04.15
48716 박지원 “한덕수, 온실 속 난초같이 자란 사람…땜빵 주자 될 듯” 랭크뉴스 2025.04.15
48715 [속보] 트럼프2기 美전략폭격기 한반도 두번째 전개…한미 연합공중훈련 랭크뉴스 2025.04.15
48714 '일가족 추정 5명 살해 혐의' 50대 남성 검거‥남성의 누나가 119 신고 랭크뉴스 2025.04.15
48713 음주운전 현장서 피의자 대신 동료 팔 꺾은 경찰관 고소당해 랭크뉴스 2025.04.15
48712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5명 살해' 혐의 50대男 검거 랭크뉴스 2025.04.15
48711 "외국인이 몰래 음식물 내다 버려" 악취 진동하는 이 동네, 뭔일 랭크뉴스 2025.04.15
48710 국힘 주자들, 저마다 '반명 빅텐트'…각론서 주도권 신경전 랭크뉴스 2025.04.15
48709 100번째 신통기획 주인공은 '둘리' 배경 쌍문동…1900세대 탈바꿈[집슐랭] 랭크뉴스 2025.04.15
48708 '시신 지문으로 대출'... 김천 오피스텔 살인범 양정렬, 1심서 무기징역 랭크뉴스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