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적인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가 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이들은 연방 공무원의 대량 해고와 관세정책 등에 거센 불만을 표했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 LA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 거대한 풍선이 등장한 시위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가 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Hands Off!(손 떼라!)”라는 이름의 이번 시위는 민주주의 수호와 국민 권리 보호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여성·성소수자·참전용사·이민자 권익 단체 등 150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보건 예산 삭감,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 등 ‘트럼프표 정책’에 대한 불만이 분출된 모습이다. 야당 의원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한 달 내로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표한 이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50개 주에서 1400여 건 진행됐다. 6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NYT는 “시위자들이 국립공원 예산과 재향군인을 위한 의료 지원 삭감에 반대해 거리로 나왔다”면서 “이들은 관세와 파시즘, 정부효율부(DOGE)에 반대하며 행진했다”고 전했다.
워싱턴DC의 상징물로 백악관에서 1.6㎞ 떨어진 워싱턴기념탑 주변에는 트럼프와 DOGE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대 구호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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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내부서도 관세 비판
다만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골프를 치며 주말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근처에 모인 시위대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앨 그린 연방 하원의원(텍사스)은 이날 워싱턴DC 집회에 참석해 “한 달 내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며 “트럼프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런던·파리·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트럼프 반대 시위가 열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5일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에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트럼프를 내쳐라’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시위가 촉발된 배경에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유발한 경제적 대혼란이 있었다고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부정(52%)적인 시각이 긍정(44%)적인 시각을 압도했다.
부정적인 여론 속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이날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미국이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최측근인 머스크조차 “미국과 유럽이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하길 희망한다”면서 관세에 있어서는 트럼프와 엇박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