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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거짓 항변, 자신의 증언으로 논파
헌재 “피청구인이 권한 다시 행사한다면
국민은 위헌·위법 끊임없이 의심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2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1일 탄핵사건 3차 변론 때부터 마지막 변론까지 출석해 156분 동안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았고 윤 전 대통령의 항변은 본인의 법정 증언으로 반박됐으며, 그의 ‘자승자박’은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의 횡포 등으로 국가비상사태가 된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경고성·호소형 계엄’을 주장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4차 변론에서 “계엄해제에 적어도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고 했다. 헌재는 이 발언을 근거로 결정문에서 “단순히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포고령까지 발령해 국민의 기본권까지 제한하는 비상계엄을 최소 며칠간 지속하려 한 윤 전 대통령의 속내와 ‘국민 호소형 계엄’은 모순되는 주장이라는 판단이다.


헌재는 ‘상징적 포고령’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의 허구성도 그의 증언에서 찾아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는데 “국민에게 불편을 줄 우려가 있어 포고령 속 ‘야간통행금지’ 문구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게 윤 전 대통령의 법정 증언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포고령이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야간통행금지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없었다”며 윤 전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실행할 의사와 이에 따른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를 자신이 막았다는 윤 전 대통령의 항변도 그의 또다른 발언으로 반박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13일 8차 변론에서 “제 기억에는 (지난해 12월3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종이를 놓고 김용현 전 장관이 조지호 경찰청장하고 김봉식 전 서울청장에게 국회 외곽의 어느 쪽에 경찰 경력을 배치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의 국회 봉쇄가 김 전 장관의 지시였다며 김 전 장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취지의 주장을 폈지만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을 향한 김 전 장관의 국회 봉쇄 지시를 묵인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거치고 국무위원이 부서(서명)해야 하는 절차를 위반했다는 쟁점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비상상황에서는 사후적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결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여있을 때 부속실장 강의구가 비상계엄 선포문 10부를 복사해 김용현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보안상의 이유로 결재를 못 했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결정문 말미에 윤 전 대통령의 항변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못박으며 “만약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다시금 행사하게 된다면, 국민으로서는 피청구인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할 때마다 헌법이 규정한 것과는 다른 숨은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등을 끊임없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노골적인 거짓말이 파면 결정에 이르게 된 하나의 요인이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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