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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한국 외교에 드리웠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곧바로 약 두 달 안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최장 60일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추가 악재를 최소화해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 외교'에 직면한 셈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총리실


'관세 탈출' 러쉬 시작됐는데…
1순위 과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떨어트린 관세 폭탄이다. 트럼프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67개국을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지목하면서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은 유럽연합(20%)이나 일본(24%) 등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아 가격 경쟁력에서 불이익이 예상된다.

트럼프의 '보편 관세' 부과로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피해를 입자 경쟁국들은 '트럼프 달래기'에 앞다퉈 나섰다. 46%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베트남은 '대미 관세율이 90%에 달한다'는 트럼프의 지적에 이를 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정책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한국의 대행체제에선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악재 막는 게 최선의 방책"
경쟁국들이 트럼프 설득을 위한 각개격파에 나선 가운데 두 달 동안 손발이 묶일 '후발주자' 한국이 쓸만한 협상 카드가 진작에 소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화해 외교·안보 사안에서 지렛대로 삼는 상황도 우려되는 만큼 사실상의 과도 정부 기간 동안 새 정부도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예측과 대안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트럼프가 던진 관세 폭탄을 되돌릴 만큼의 새로운 합의를 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는 관세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돌발적으로 요구하거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이슈를 직접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며 "심지어 북한과의 대화를 레토릭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는 만큼 이러한 추가 불확실 요인들을 관리하면서 새로운 악재 발생을 막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정상 공백 속 '韓 역할' 조정 가능성
우크라이나전 종전과 중동 지역 안정 등 안보 현안에서 임기 초 성과를 내려는 트럼프의 속도전도 대행 체제가 맞이할 힘겨운 과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자국 본토 방어에 집중하고 북한 등 위협 대처는 사실상 동맹국에 맡기겠다는 미 국방부의 지침은 곧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주한미군의 핵심 미사일 방어 체계인 패트리엇 일부를 중동으로 일시적으로 이동하기로 한 최근 결정을 전력 재배치와 연결시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동맹이 정교한 조각처럼 움직인다는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개념 아래 미국이 한국에 보다 호환성 있는 역할을 강조할 수도 있다"며 "한국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주고받기식 협상을 벌일 준비를 하고 더 나아가 이를 자체적인 국방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전략적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대선 국면에서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해 국내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경솔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국이 대선 주자의 언행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교사도 있다. 2017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드(THAAD) 배치를 국회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발언하자, 이를 사실상 배치 재검토로 받아들인 트럼프가 "분노하고 격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난해 8월 회고록)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김정은 동지께서 4월 4일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훈련기지를 방문하시고 종합훈련을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돌발 변수' 김정은에 대비도
북한 변수도 언제든 돌출할 수 있다. 북한은 일단 윤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하루 뒤인 지난 5일 별다른 논평 없이 간략히 보도하며 비교적 '로 키'(low-key) 대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리더십 공백을 떠보려는 기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당장 5월 9일 이른바 러시아의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서는 그림을 최초로 연출하며 북·중·러 구도를 과시하고 트럼프와 향후 재협상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김정은과 소통하고 있고 어느 시점에 뭔가 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를 거듭 띄우는 트럼프가 돌발적으로 실질적 대북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 한국이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도 미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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