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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신설된 국외여행 허가제도 변천사
지금은 군 복무 중 유럽여행도 가능해져
편리해진 제도 악용한 병역기피 예방해야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병장 때 두 번이나 휴가를 내고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공군 예비역 병장 이모씨
올해 1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올해 첫 병역판정검사가 열려 입영 대상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 2월 공군 병장 만기 전역한 대학생 이모(22)씨는 군 생활 중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습니다. 전역 후 곧바로 복학을 해야 했기 때문에 군 복무 중 다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씨는 "1990년대 군대를 다녀오신 아버지는 휴가 중에 여행을 갈 수 있냐며 놀라셨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군 복무를 할 당시만 해도 휴가 중 여행은 생각하기 어려웠고 입대하기 전에도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보증인도 필요했습니다.

이제는 부대에서 승인만 해주면 군 복무 중에도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씨는 입대 전 만들어 둔 10년짜리 여권을 만들어 뒀기 때문에 여권을 갱신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국외여행 허가제도는 시대가 변하면서 군 미필자도 쉽게 출국을 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병역회피를 우려해 국외여행을 일괄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가했지만 이제는 여행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를 더욱 중요시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병무청은 기존 최장 6개월까지 허가하던 단기 국외여행도 출국하는 목적에 맞도록 조정할 예정입니다.

1984년 이전엔 병역 이행자도 해외여행 허가 받았어야

올해 첫 예비군 훈련이 진행 중인 3월 6일 경기도 화성시 육군 제51보병사단 수원ㆍ화성ㆍ오산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1962년 이전에는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징·소집 대상자에 해당하면 일반 여행은 국제회의·국제경기 등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했습니다. 징·소집 해당자가 아니더라도 40세 이하의 병역의무자는 국방부장관의 허가가 없으면 출국할 수 없었습니다. 유학 허가의 경우 외국 유학생 정원이 따로 정해져 있어 군 복무를 마친 사람, 병역의무가 면제된 사람 등에게만 허가됐습니다.

1962년 병역법 개정으로 국외여행 허가제도가 생긴 이후에는 병역의무자의 해외여행이 가능해졌지만 귀국을 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출국한 병역의무자 신원 보증인 제도가 생겼습니다. 도입 당시 병역의무자가 귀국하지 않을 경우 보증인이 과태료를 물어야 했습니다. 이 같은 제도로 보증인을 구하긴 쉽지 않아 해외여행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역이나 보충역 복무를 마친 예비역들도 국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지방병무청장에게 출국과 귀국에 관한 신고를 해야 했습니다. 이미 일반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예비역 등은 국외여행을 할 때마다 신고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병무청은 1999년 12월 국민편익 증진을 위해 예비역 등의 국외여행 신고제를 폐지했습니다.

국외여행 보증인 제도 폐지

지난 2월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병역의무자 귀국 보증인 제도는 시행 내내 국외여행의 걸림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귀국 보증인의 과태료는 계속 상승하였는데, 많게는 5,000만 원까지 부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세계화 시대에 이 같은 제도는 맞지 않을뿐더러 타인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보증인에게 강요하는 것에 대한 불합리성 등을 고려해 2005년 7월 1일부터 귀국 보증제도 절차를 폐지해 보증인 없이도 국외여행 신청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병역법에는 학업 중인 사람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군 미필 대학생들 역시 해외여행을 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병역의무 부과에 큰 지장이 없는 사람까지도 국외여행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병무청은 복무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24세 이하 병역미필자들은 2007년 7월 1일부터 국외여행 허가를 받지 않고도 자유롭게 국외여행을 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여권도 병역의무자들의 경우 국외여행 허가 기간이 6개월 미만 경우에는 1년짜리 단수여권만 발급됐습니다. 국외로 출국할 때마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고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단수여권을 인정하지 않아서 입국이 불허되는 사례가 발생자 병무청은 2021년 1월 5일부터는 모든 병역의무자들이 복수여권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국외여행 편리해자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병역기피로 인한 입국금지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그러나 편리해진 제도를 악용해 병역을 기피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매년 약 200건 가까이 국외여행 허가의무를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했는데 위반자 중 입국자는 20건에 불과합니다. 현행법은 현역병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대체복무요원 소집을 기피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에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 38세부터 입영의무가 면제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학·취업 등을 이유로 해외에 장기 체류해 병역을 면탈했다가 입영의무가 면제되는 연령이 지나서 한국에 입국해 병역의 의무를 피하는 것입니다.

과거 가수 유승준도 입영을 앞둔 2001년 말 입영 연기와 함께 귀국 보증제도를 이용해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병역 의무를 회피했습니다. 당시 병무청은 유승준으로부터 '일본과 미국 공연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출국을 허가했지만 그는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은 후 한국 국적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거센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그의 입국을 금지했고 현재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병역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자 형사처분 현황자료' 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적발된 1,037명 중 893명(86%)이 해외거주의 사유로 수사 중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전체의 0.5%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위반해 병역을 면탈하고자 했던 자들의 2022년 이후 징역형 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형사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해외에서 38세까지 버티다 입국해 한국에서 취업을 하거나 경제활동을 해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습니다.

병역자원이 급감하는 시대에 병역제도의 편리성만 높이는 것은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병무청은 국외여행 허가 위반자에 대해서는 여권 반납 및 무효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재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병역의무를 면탈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국외여행을 제한하겠다고 했습니다.

병무청은 "국외여행 허가 제도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병역문화를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병역의무자가 편리한 국외여행을 할 수 있는 정책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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