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청문회 때 지적돼 팔았는데 지난해 또 구매
환율 오르면 수익 나는 미 국채 투자 적절 논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미국 지방채 보유 논란
연준, 이해충돌 윤리 강화···파월도 지방채 처분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억원 가량의 미국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미국 국채 투자 자체가 불법이 아닌데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위공직자의 외국 국채 투자는 불법은 아닙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3000만원 넘게 보유했다면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규정할 뿐입니다. 고위공직자의 국채 투자는 허용합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도 고위공직자의 주식 보유는 제한하지만, 국채 보유는 허용합니다.

논란은 크게 두가지 갈래입니다.

하나는 이미 2023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똑같은 문제 제기로 논란이 돼서 팔았는데 왜 또 샀냐는 겁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최 부총리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해당 상품은 환율이 오르고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로, 우리 경제가 악화할수록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후보자였던 최 부총리는 “부적절했다면 그 비판을 수용하겠다”면서 미국 국채를 팔겠다고 답하고 실제로 팔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샀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해충돌 여부입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한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관련 자산을 보유하면 이를 사전 신고하고 직무를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입니다. 환율이 많이 오르면 외환 개입에 나서는 당국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겁니다.

미국 국채 투자의 수익 구조를 보면, 환율과 이자이익입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200원일 때 미 국채를 사서 환율이 1400원일 때 팔면, 단순 계산으로 200원의 수익이 생깁니다. 여기에 당시 미국 국채 채권 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 수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불안정해졌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원화의 위상이 추락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력까지 겹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총리의 미국 국채 보유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부총리가 ‘강달러’에 베팅했다는 신호라는 거죠.

일단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최 부총리는 2017년 공직 퇴직 후 자녀 유학 준비 과정에서 2018년 달러를 보유하게 됐고 보유 중인 달러로 작년 중순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며 “따라서 최근의 환율 변동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외환 정책의 최종 책임자인 기재부 장관이 달러 강세에 베팅한 것은 이해상충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도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특히 지금처럼 외환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 경제부총리가 미국 국채를 샀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주는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했습니다.

반면 부총리 개인의 투자가 환율 전체를 움직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부총리의 국채 투자가 시그널이라면 국민연금 등이 해외 주식과 채권을 사면서 자극하는 환율 부분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홍춘욱 세종대 MBA 겸임교수는 “최 부총리가 재산 약 45억원 중 약 5%(2억원) 정도를 미국 국채에 투자한 것을 두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기재부 장관이 환율에 미칠 수 있는 정책적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국 국채 보유가 이해충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논란이 한국에서만 벌어진 건 아닙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25만~250만달러(약 18억~37억원) 규모의 미국 지방채를 보유한 게 논란이 됐습니다. 연준도 2021년까지만 해도 고위공무원의 국채·지방채 보유를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연준의 정책이 지방채나 국채에 영향을 미칠 일은 드물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 연준이 미국 지방채와 회사채 매입에 1조40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파월은 연준이 지방채를 매입하기 전인 2019년 이전에 샀습니다. 그럼에도 연준 고위공무원의 미 지방채 보유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파월은 매입 시기를 고려하면 “이해충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연준의 행동강령은 “자신의 사적 이익, 시스템의 이익, 대중의 이익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거래나 기타 행동을 피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결국 여론에 밀린 연준은 2022년 윤리규정을 강화해 고위공무원의 국채·지방채 보유까지 막았습니다. 연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산 보유를 엄격히 금지했는데요. 주식은 물론이고 가상자산, 국채와 지방채, 회사채 등 모든 채권, 뮤추얼펀드, 파생상품 거래까지 금지했습니다. 연준 고위 공무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투자도 제한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보유 중이던 지방채를 전부 처분해야 했습니다.

최 부총리의 투자 관련 논란은 어떻게 정리될까요.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지난 3일 국회 긴급 현안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은 권익위로 넘어갔습니다만 경제 수장에게 이같은 논란이 제기됐다는 자체만으로도 도의적 책임은 있어보입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840 총선 출구조사에 격노한 윤 "그럴 리 없어, 당장 방송 막아"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9 김문수 택한 국힘 '당심'…'지지층 무관' 조사선 유승민 1위[尹 파면 후 첫 설문]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8 "좌든 우든 결국 나라 걱정"... 가족·친구·동료 가른 '심리적 내전' 봉합될까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7 간병지옥 해결한다더니…‘요양병원 시범사업’ 참여 중단 속출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6 공장서 30대 직원 심정지 사고… 공식입장 없는 아워홈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5 3년 연속 흑자내던 車보험, 적자로 돌아선 까닭은 [S머니-플러스]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4 한동훈 "尹 영접, 난 안 합니다"…당대표 때 만찬서 벌어진 일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3 ‘파면 결정문’에 담긴 비상계엄 판단들···‘내란죄 유죄’ 단서 될까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2 '마은혁 미임명' 헌재 다시 6인체제 되나…기능마비 재현 우려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1 우원식이 쏘아올린 '개헌'…1987년 '8인 회담'에 답 있다 new 랭크뉴스 2025.04.07
44830 20대 한국인 유학생, 대만 타이베이 번화가서 피습 랭크뉴스 2025.04.07
44829 "하마스, 이란에 이스라엘 파괴비용 7천억원 요청" 랭크뉴스 2025.04.07
44828 '이 음료' 딱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기도에서 곰팡이 자라고 있었다 랭크뉴스 2025.04.07
44827 "이러다 내년 선거 완패"…트럼프 상호관세에 공화당 우려 고조 랭크뉴스 2025.04.07
44826 “회사가 먼저 거짓말했는데요”…입사 첫날부터 사표 쓰는 日 직장인들, 알고 보니 랭크뉴스 2025.04.07
44825 논란됐던 ‘명품백·도이치’ 특혜조사···이번엔 윤석열·김건희 나란히 검찰 나올까 랭크뉴스 2025.04.07
44824 美 상무장관 “관세 부과 연기 없다” 랭크뉴스 2025.04.07
44823 ‘통치’가 할퀸 상처 아물게 하려면 ‘정치’부터 회복해야[다시, 민주주의로] 랭크뉴스 2025.04.07
44822 4살 딸 교육 위해 차에 변기까지…'괴물 엄마' 홍콩 여배우 정체 랭크뉴스 2025.04.07
44821 대낮에 만취상태인 50대…음주운전 혐의 '무죄'받은 이유는? 랭크뉴스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