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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충수염의 모든 것


장인 성모씨(32)는 갑작스러운 복통이 시작됐을 때 단순히 체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약을 먹고도 복통은 점점 심해졌고 열이 나면서 속이 메스꺼운 증상까지 나타났다. 특히 오른쪽 아랫배 주변에서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 느껴지자 성씨는 급히 병원을 찾았다. 진료 전 검색한 대로 우측 하복부 통증은 충수염 증상으로 확인돼 그는 응급 수술을 받았다.

별다른 조짐이 없다가 갑자기 심한 복통이 생기면 혹시 ‘맹장이 터진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충수염은 치료 시기를 놓쳐 감염된 충수가 파열되면 상태가 급속도로 심각해지기 때문에 빠른 대처와 진단이 중요하다. 통상 충수염이 생기면 발병 36시간 안에 병변 부위에 구멍이 나서 터질 위험이 높은데, 이 경우 복막염이나 패혈증이 발생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매우 위험한 것이 이 때문이다.

충수는 대장이 시작되는 맹장 끝에 붙은 지렁이 모양의 기관으로, 길이는 6~10㎝ 정도다. 맹장의 일부인 충수에 염증이 생겼다고 해서 맹장염이라고도 자주 불렸지만 정확한 이름은 충수염 또는 충수돌기염이다. 대부분 급성으로 발병하며 충수 안쪽이 어떤 이유로 막히는 탓에 발생한다. 이곳 충수 내강이 폐쇄되는 원인은 성인인지 소아인지에 따라 다르다. 소아는 감기나 장염에 걸렸을 때 충수 주변 림프조직이 과도하게 증식할 수 있어서 이로 인해 충수 바깥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20세 이상 성인은 딱딱한 대변이나 종양 등 대장에 발생한 이물질이 충수 내강에 껴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수염이 가장 잘 생기는 나이는 10~20대 젊은 연령층으로, 10세 이전이나 50세 이후의 충수염 환자는 전체 충수염 환자의 약 10%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편이다.

맹장 끝 ‘충수’ 막혀 세균 과다한 증식

체한 듯한 복통에 열나고 메스꺼운 증상

발병 36시간 내 천공…복막염·패혈증도

통증 위치 개인차…반발통 확인 필요




충수는 길고 가늘며 끝이 막힌 모양이어서 중간의 어느 한 부위만 막혀도 그 아래쪽이 전부 폐쇄될 수 있다. 충수가 막히면 정상적인 장의 연동운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대장으로 향해야 할 장내 물질이 고여서 썩는 것처럼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하고 독성물질을 내뿜는다. 유승범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충수 내강의 폐쇄 때문에 배출되지 못한 점액에서 독성물질이 분비돼 점막을 자극하고 염증과 궤양을 일으킨다”며 “충수염 발병 이틀 내로 70~80%에서 천공이 발생하며, 이때 빠르게 처치하지 않으면 고름주머니가 생기거나 복부 장기 전체를 둘러싼 복막까지 염증이 전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수가 있는 오른쪽 아랫배 주변이 아프다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처음에는 복부의 다른 쪽에서 통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 충수의 위치는 개인마다 다소 다를 수 있어서 통증이 오른쪽 옆구리나 치골 등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 밖에 식욕부진과 메스꺼움, 구토, 발열, 설사 등이 동반되는 점이 일반적인 복통과는 다르다. 전병건 분당제생병원 외과 과장은 “초기에는 명치나 배꼽 주위의 상복부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체한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들다가 몇시간 후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옮겨간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강도가 심해지며 해당 부위를 눌렀을 때 압통이 크게 느껴지면 충수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충수염의 전형적인 증상과 달리 증상이 나타나거나, 초기에 항생제나 진통제 같은 약을 복용하는 경우 통증이 가려지면서 충수 주위에 고름이 차는 농양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아픈 걸 참다가 결국 충수가 터져 천공성 복막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복통 증상도 배란통, 골반염, 급성 담낭염 등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쉬운 탓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의사가 손으로 복부를 직접 눌러 통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충수염은 우하복부를 눌렀다가 손을 뗄 때 통증이 더 심하게 퍼지는 반발통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촉진검사와 함께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및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혈액 속 백혈구가 증가했는지, 천공이나 농양이 발생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충수가 터지지 않은 상태라면 충수돌기를 잘라내는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요즘은 개복수술 대신 2~3개 작은 구멍을 뚫어서 진행하는 복강경수술을 주로 시행한다. 상처가 작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단, 예외적으로 복강에 농양이 생겼다면 소장이나 대장까지 절제하는 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땐 우선 배액관을 삽입해 고름을 배출시키고, 이후 항생제를 사용해 염증을 줄이는 과정을 거쳐 약 6주 후에 충수돌기 절제술을 실시한다. 수술 후에는 며칠간 금식을 유지해야 하며, 회복되는 정도에 따라 2~3일 안에 퇴원할 수도 있다. 국소 농양이 있었더라도 고름만 잘 배출되면 7일 내로 퇴원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수액과 항생제를 이용해 수술 없이 충수염을 치료하는 방법도 나왔다. 수액은 탈수를 방지하고 항생제는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치료기간이 길고, 항생제 내성균이 발생하거나 염증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 충수 조직이 굳어지는 섬유유착이 생기면 수술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통증을 동반하는 만성 충수염이 될 위험이 있다. 유승범 교수는 “아직까지 충수염의 우선적 치료법은 충수돌기 절제술이라고 볼 수 있다”며 “충수염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고 예방이 어려운 질환이지만 신속히 외과 전문의를 찾으면 합병증 없이 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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