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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尹 파면… 다시는 없어야 할 비극"
"저 자신도 깊이 성찰… 책임을 통감"
"與 정신 못 차려"… 갈등 확대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만장일치로 내려진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메시지는 회복과 통합이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을 마주한 만큼, 승리의 환호보다는 국정의 책임을 앞세웠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갈기갈기 찢어진 국론 분열을 해소하고, 산적한 국정 현안을 안정적으로 챙기는 모습으로 중도층은 물론 갈 곳 잃은 보수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이른바 쌍탄핵 카드도 거두며 속도조절에 나선 것도 '야당색'을 빼려는 행보다.

"尹 파면한다"에도... 무거운 침묵만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의 단호한 주문이 대한민국에 울려 퍼진 오전 11시 22분. 탄핵 인용 결정에 환호하는 거리의 함성과 달리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러나왔다. 이 장면은 취재진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을 당시엔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모여 중계를 지켜봤던 것과 대비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곧바로 의원 문자 공지를 통해 "더욱 진중하게 임해야 할 때다. 오만하고 경솔해 보이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외투쟁의 상징이 된 광화문 '천막당사'도 즉시 철거됐다. 이 대표는 잇달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비극으로, 신나 할 일이 아니다.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헌재 선고 8분 만에 첫 공식입장을 내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 "빛의 혁명의 완성"이라고 규정했다. 탄핵 선고 30분 뒤 긴급 입장 발표에 나선 이 대표도 "위대한 국민들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셨다"며 "촛불 혁명에 이은 빛의 혁명으로, 우리 국민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극적으로 부활시켰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회견 내내 로키 모드였다. 표정은 결연했고, 발표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천천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자성의 메시지도 곁들였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된 것은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 "지금 현재 갈등상태가 최고조"라며 "국가적 분열이나 대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우리 민주당도 저도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이날 민주당의 줄탄핵을 거론하며 "탄핵심판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를 낳았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선고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3. 윤석열 비상계엄을 해제한 대한민국 국민께 드리는 감사문에 대한 수정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회복'과 '성장' 내세운 이재명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며 수권 리더로서의 면모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며 그간 대권주자로서 내세웠던 '회복'과 '성장' 그리고 '통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내놓았다. 그는 "국민과 함께, 대통합의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 평화,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향해, 성장과 발전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현직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파면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지금 제일 중요한 과제는 신속하게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당대표직을 사퇴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고영권 기자·연합뉴스·뉴스1


비이재명계 대권 주자들은 국정 회복과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강조하며 단일대오를 유지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제 분열의 시간을 극복하고 통합의 마당을 열어야 한다"고 국민통합을 당부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모든 민주 세력이 힘을 합쳐서 반드시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광장의 분열과 적대를 끝내고,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경제대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했다. 아직 뚜렷한 후보군을 배출하지 않은 조국혁신당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향해 오픈 프라이머리(국민완전경선)를 재차 촉구할 계획이다.

"尹 제명하라"… 또 다른 갈등 씨앗 될라



다만 내란 세력 심판에 대한 공세는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1호 당원 윤석열을 즉시 제명하고, 내란 동조 행위에 동참했던 소속 의원들도 모두 징계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이 이겼지, 우리가 이겼냐"며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늪에 빠졌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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