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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전원 일치 尹 대통령 파면
사진=김지훈 기자

최악의 상황은 계엄·탄핵보다 지독한 대립·분열
민주주의 후퇴는 공동체의 패배… 상처 추스를 때
곧 대선… ‘모두의 대통령’ 책무 다할 후보 나와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4일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 책무를 저버렸고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판단했다. 8년 만에 대통령 탄핵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됐다.

탄핵심판은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 후퇴는 공동체의 패배이고, 이제 그것을 되찾는 길에 다 함께 섰다. 모두가 승자이기 위한 첫걸음은 이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다. 여당이 즉각 승복 입장을 밝혔다. 물러난 윤 전 대통령에게서, 여러 의견을 냈던 각계각층에서 같은 메시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 여건은 화해와 포용을 통해 조성될 것이다. 생각이 달랐을 뿐인 동료 시민에게 위로를 건네고 함께 상처를 추스를 때다.

결정문에는 민주공동체가 성립하기 위한 가치들이 망라됐다.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 원칙, 국민의 기본권, 사법권 독립, 정당 활동의 자유,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대통령의 사회 통합 책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이 모든 것을 침해하고 위반했다는 데 소수의견도 없이 전원이 동의했다. ‘경고성 계엄’ 등 대통령 측 주장은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권한에 분명한 한계선을 긋고, 어떤 권력도 민주공화국의 가치보다 우선할 수 없음을 선언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몇 달 우리가 맞닥뜨린 최악의 상황은 비상계엄도, 탄핵소추도 아니었다. 수습하는 과정에서 갈라진 국론, 극단적 대립이 위기의 본질이다. 이 분열을 낳은 국헌 문란의 원인을 재판부는 정확히 지적했다. 야당의 탄핵 남발, 입법 폭주, 예산 감액을 언급하며 “국회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했어야 하고, 대통령은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갈등을 헌법의 틀 안에서 풀지 않은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이는 대통령, 야당, 정치권 모두를 향한 질타이자 경고이며 호소이기도 했다. 이 결정문을 민주주의 회복과 정치 복원의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대선이 열린다. 한국 사회가 지금 갈구하는 시대정신은 자명하다. 갈등을 치유하고, 대립을 해소하고, 분열을 넘어서는 국민 통합을 이뤄야 다시 뭐라도 해볼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합의에 번번이 실패해 정치 연금 노동 의료 등 숱한 개혁 과제를 미루고 쌓아둔 채 지냈다. 재도약을 위해선 생각의 차이를 좁혀 결실을 만들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재판관들은 결정문에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란 문구를 담았다. 그 책무를 저버린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번 대선은 진영을 넘어 모두의 대통령이기를 실천할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 국론을 모아 해내야 할 첫 과제는 수명이 다한 승자독식 체제, 1987년 헌법을 뜯어고치는 일이다. 권력 분산, 협치 제도화, 선거제 개편의 대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돌아보면 우리 현대사의 모든 위기는 동시에 기회였고, 그것을 살리는 건 국민의 몫이었다. 한국인은 한목소리로 민주화를 외쳐 군부독재를 극복했고, 다 같이 장롱 속 금을 꺼내 외환위기를 이겨냈다. 이 분열의 위기를 통합의 기회로 바꾸는 힘도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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