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4일 오전 11시 3분. 선고 요지를 읽어가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국회 측 소추사유 변경에 문제가 없다고 언급하자, 정면을 응시하던 윤갑근 변호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 내내 "청구가 각하돼야 한다"며 '내란죄 철회'를 가장 핵심 근거로 내세웠다.

윤 전 대통령 측 분위기는 이후 급격히 가라앉았다. 개별 소추사유에 대한 본격적인 판단이 나오자, 배진한 변호사는 입정 때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둔 채 손으로 턱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상체를 푹 숙인 자세로 귀로만 선고 내용을 경청했고, 차기환 변호사는 이따금 눈을 감거나 고개를 뒤로 젖히곤 했다. 이동찬 변호사도 정면을 응시하지 못하고 앞 의자에 시선을 보냈다.

반면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에 속한 변호사들은 문 권한대행의 낭독이 이어질수록 고개를 끄덕이는 빈도가 늘어났다. 긴장한 듯 선고 초반 침을 꿀꺽 삼키거나 자세를 고쳐 앉았던 김이수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위반했다"는 대목에서 처음 고개를 위아래로 가볍게 움직였다. 이광범 변호사는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고 턱 밑에 끌어당긴 채 심판대를 응시했다.

4,81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방청에 당첨된 20명의 시민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사의 현장을 오래도록 기억하려는 듯 심판정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던 방청객들도 선고가 시작되자 안경이나 마스크를 고쳐 쓰고 문 권한대행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국회 측에 가까이 앉아있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메모를 해가며 귀를 기울였다.

재판관들은 변호인들과 달리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문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다"고 운을 뗀 이후 22분간 홀로 선고 내용을 읽는 동안 나머지 재판관 7명은 무표정하게 심판대 앞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했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가장 최근 헌재에 입성한 조한창 재판관은 이따금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 쪽을 바라보곤 했다.

문 권한대행은 미리 준비한 결정문 요지를 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선고 이유를 설명하다가도, 한 단락이 끝나가는 시점이면 고개를 들어 방청객이나 대리인단과 눈을 맞췄다. 야당의 줄탄핵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협조를 지적하며 "피청구인은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할 땐 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긴장감은 문 권한대행이 시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선고 시간을 확인하던 무렵 최고조에 이르렀다. 곧이어 문 권한대행 입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이 흘러나오자 '절대 정숙' 당부를 까먹은 듯 한 방청객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방청을 위해 경기 안양시에서 온 오소연(31)씨는 "역사적 장면을 목격하게 돼 영광이고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078 명태균·김영선 오늘 보석 석방…법원 “방어권 보장” 랭크뉴스 2025.04.09
46077 '카이스트 교수님' 지드래곤, 이제 우주 향한다…"한국 최초로 음원·뮤비 송출" 랭크뉴스 2025.04.09
46076 'HBM 효과' SK하이닉스 D램 시장서 삼성 제치고 첫 1위 랭크뉴스 2025.04.09
46075 尹 1호 대변인 “尹, 김 여사에 의존…사랑 이상의 감정” 랭크뉴스 2025.04.09
46074 이재명, 대표 사퇴하며 대선 출마 공식화···“위대한 대한민국 향한 길, 함께 걷겠다” 랭크뉴스 2025.04.09
46073 "국민은 힘든데…" 크루즈여행 즐긴 이란 부통령 결국 잘렸다 랭크뉴스 2025.04.09
46072 경북 성주 산불, 주택에서 발생해 야산으로…헬기 6대 투입 랭크뉴스 2025.04.09
46071 북한 '라자루스'는 어떻게 세계 최강 '코인 도둑'이 됐나[비트코인 A to Z] 랭크뉴스 2025.04.09
46070 [단독] 등교 중이던 초등생에 '길 알려달라'‥차로 유인한 우즈베키스탄 남성 긴급체포 랭크뉴스 2025.04.09
46069 ‘HBM 독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제치고 D램 점유율 첫 1위 랭크뉴스 2025.04.09
46068 법무대행, 韓대행 재판관 지명에 "행정부 수반으로서 행사 가능" 랭크뉴스 2025.04.09
46067 '8억 금품' 전준경 전 민주연 부원장 1심 징역 2년6개월 법정구속(종합2보) 랭크뉴스 2025.04.09
46066 [속보]원·달러 환율 1484원 마감…금융위기 이후 16년 만 최고치 랭크뉴스 2025.04.09
46065 산불 잿더미 두고…경북지사 이철우, 대선 출마하려 휴가 랭크뉴스 2025.04.09
46064 딸 40년 성폭행하고, 손녀까지 건드린 70대…판사도 "개탄스럽다" 랭크뉴스 2025.04.09
46063 '청와대 습격' 北무장공비 출신 김신조 목사 83세로 별세 랭크뉴스 2025.04.09
46062 ‘트럼프 관세’ 부담 지는 美 빅테크·유통업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가격 정책 변동 없어 랭크뉴스 2025.04.09
46061 마트서 '무시당했다' 오해…복수심에 계산원 살해 시도한 20대 랭크뉴스 2025.04.09
46060 트럼프發 '관세 전쟁'에 조용히 웃는다… 주목받는 '뜻밖의 승자들' 랭크뉴스 2025.04.09
46059 SK, SK실트론 매각 추진…최태원 지분은 제외 랭크뉴스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