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뒷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과 이철규, 조배숙 의원 등 당 소속 의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 탄핵 반대에 줄곧 앞장서온 친윤석열계 중진 의원이 "우리는 폐족이 됐다"고 자조하며, 이번 대선도 승산이 없으니 포기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당내에선 보수 강성 지지층에 보조를 맞추며 탄반 여론을 주도하던 친윤계의 노골적인 태세 전환에 당혹해하며 반발 목소리도 나왔다. 친윤계 일각에서 탄핵 찬성파 공론화 주장이 불거지는 등 국민의힘 내부의 혼란상이 커져가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뒤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총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특히 탄핵 반대를 외쳤던 친윤계 의원들은 "이번 대선 못 이긴다", "조기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지 않느냐"며 자조를 쏟아냈다고 한다.
특히 김기현 의원은 "우린 폐족이다"며 "이번 대선 못 이기니까 준비 잘해서 10년 후를 기약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대표적 친윤계 인사로 이번에도 탄핵 반대에 앞장섰다.
친윤계 의원들은 보수 강성 지지층과 장외투쟁을 함께 한 배경을 두고도 "우리는 윤 대통령을 지지한 건 아니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거리에 나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강성 보수층만 바라보며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던 이들이 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자, 이제와서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발언을 두고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강한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본보에 "당을 지금 이 상황으로 만든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원도 "강성 보수층만 보면서 대통령 지키기에 나왔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려는것이냐"며 "황당하다"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4일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하며, 12.3 비상계엄의 절차적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122일 만에,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만이다.